사실 밝혀져도 '오보' 타격 심각

반도체 공장의 불산 누출 사고 후 삼성전자는 현재 고용노동부와 환경부,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사안이어서 가급적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또 사고의 원인이 어떻든 삼성 사업장 내에서 인명사고가 난데 대해 유족과 지역주민, 국민에게 공식적으로 여러 차례 사과했다. 숨김없이 진상을 밝히는 한편 재발방지도 약속했다.
하지만 여론은 녹록치 않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의 기정사실화와 일방적인 '융단폭격식'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상당 부분은 팩트와 거리가 있거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는 점이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바탕으로 비난하기보다 경찰, 노동부, 환경부의 조사를 냉정히 지켜보고, 그 발표 내용에서 잘잘못을 따져 물어도 늦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이 경찰·소방차 출동 조사를 막았다?=삼성전자가 공권력에 도전했다는 보도는 삼성 관련 뉴스의 단골메뉴다. 몇 년 전 공정위 조사 방해설부터 불산 사고 이후 경찰과 소방서의 출동방해 주장까지 삼성에 대한 비난은 거세다. 이런 주장들은 모두 사실일까?
경찰은 최근 조사 과정에서 삼성이 막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브리핑을 했다. 수많은 언론들이 '삼성전자, 불산사고 조사하러 온 경찰 1시간 동안 입구서 막았다'라며 '공권력에 도전하는 삼성'을 일제히 보도하며 비난의 화살을 쏜 이후다.
당시 삼성은 적극적으로 항변하지 못하고, "막지 않았다"고만 했고, 모두 이를 반신반의했다. 기업들이 정부 기관의 발표 등에 적극적으로 항변하지 못하는 이유는 공권력에 도전한다는 이미지를 주는 부담감과 함께 향후 '괘씸죄'로 인한 후폭풍을 우려해서다.
'삼성이 경찰의 조사를 막지 않았다'는 것은 경찰의 자체 조사결과 사실로 밝혀졌다. 출동 당시 현장 CCTV와 상황보고서, 무전교신 기록 등을 조사한 경찰은 삼성의 저지 때문이 아니라 출동경찰이 내비게이션 주소를 잘못 찍어 20분 내 거리를 1시간 30여분 늦게 도착하게 됐다고 밝혔다.
삼성의 조사 방해를 일제히 비난했던 방송과 신문 등은 비난을 쏟아낼 때와는 달리 '팩트'가 확인된 이후 정정보도에는 인색했다. 또 삼성이 경찰의 뒤를 이어 출동한 소방차의 진입도 막아 30분간 도착이 지연됐다며 일제히 비난을 쏟아 부었지만 이 또한 사실과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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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등에 따르면 당시 CCTV에는 소방차가 도착 즉시 정문을 통과했으나, 사고 현장을 잘못 알고 헤매다가 시간을 허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출사고 은폐했다?=불산 유출과 관련한 논란은 늑장신고와 은폐 논란으로 이어졌다.
삼성이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사고보고를 해야 하는데 늦은 것이 은폐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과 △외부로 불산이 누출되지 않았다고 했으나, 이후 대형 환풍기로 연기를 빼내는 모습이 CCTV에 발견돼 삼성이 거짓말을 했다는 주장 등이다.
우선 늑장신고 여부다. 유해화학물질관리법 40조 1항은 응급조치의 항목이다. 1항에는 '사고대비물질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즉시 자체방제계획에 따라 위해방제에 필요한 응급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지난 1월27일 오후 1시22분, 불산 첫 누출 이후 다음날 오전 6시23분까지 삼성전자는 '위해방제에 필요한 응급조치'의 시기로 봤을 수 있다. 당시 현장 작업자들은 소방관들이 화재발생시 위험한 화재 현장에 투입되듯이, 위험물인 불산 유출을 막기 위해 현장에 투입된 전문 인력들이었다.
화재진압에 나선 소방관이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처럼 유해물처리 전문 인력이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다치고 사망하는 불행한 사고가 발생했다.
법 40조 2항에 '해당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사고로 사람의 건강 또는 환경에 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신고토록 돼 있다. 삼성이나 STI서비스의 판단은 작업자들의 몸에서 반점이 발견된 28일 오전 6시23분부터를 40조 2항의 해당시기로 봤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한 해석은 관계당국이 내릴 몫이지, 은폐를 위해 늦게 신고했다고 일방적으로 매도할 부분은 아니다. 법 해석에 따라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또 환풍기로 연기를 외부로 빼낸 모습이 CCTV에서 발견됐다는 것을 '불산 연기를 대기로 빼냈다'고 단정적으로 주장한 보도도 논란이 일고 있다.
불산은 기화하는 성질이 있지만, 이를 희석하는 정도에 따라 기화점은 달라진다. 100% 불산은 17.5~19도의 상온에서 기화해 연기가 발생한다. 원액을 썼던 구미 불산 유출사고가 그런 형태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사용하고 있는 불산은 49% 희석액. 이는 기화점이 106~107도 가량이다. 화학적으로 당시 작업장 내에서 기화로 인해 불산가스가 발생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삼성은 중화제로 불산을 중화한 후 물로 세척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기의 실체가 단순한 수증기인지, 불산가스인지는 CCTV로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대기 중으로 불산가스를 내보냈다고 단정 보도했다.
이는 경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보고, 환경부의 추가 조사 등을 지켜본 후 결론을 내려도 늦지 않은 대목이다.
환경단체들이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에는 매일 수만명의 종업원들과 함께 이 회사의 CEO인 권오현 부회장과 전동수 메모리사업부 사장, 우남성 시스템LSI사장 등 삼성 반도체 최고경영자들도 매일 같이 출근해 현장을 챙겨보고 있다.
현장에 위험한 불산 가스를 외부로 배출했고, 이를 회사가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있다면 이들이 마음 편히(?) 방독면도 쓰지 않은 채 출근할 수 있을까? 상식선에서 해본 생각이다.
삼성은 이번 사고에 대해 "잘못한 것이 없다"고 주장하지 않고 있다.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는 자세다. 다만 사실이 아닌 잘못된 보도로 인해 국민들로부터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데 대해 안타까워하고 있다. 정부 조사가 진행 중인만큼 냉정히 결과를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