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공급처 바꾼다는 외신의 외침..교체는 '삼성전자 기술력이 관건'

애플이 삼성전자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자사의 스마트폰에 탑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다시 들린다.
이 같은 보도는 최근 2년 사이 4~5차례 대만 IT 전문지를 인용해 국내 언론들이 크게 다뤘다. 내용은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애플이 삼성전자 대신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인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로 AP의 공급선을 바꾼다는 내용이다.
이런 뉴스는 사실일까. 업계에서는 애플이삼성전자(179,700원 ▼400 -0.22%)의 AP를 언젠가는 버리겠지만, 그 시기는 유동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 시점은 삼성전자보다 뛰어나거나 최소한 동등한 수준의 기술력이나 양산능력을 갖춘 업체가 나올 때에나 가능하다는 것.
그렇지 않을 경우 애플은 스마트폰 경쟁자인 삼성전자 IM부문보다 비싼 부품을 아이폰에 탑재해 고객들에게 팔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2년간 같은 얘기 "구매처 바꾼다"...A5에서 A7까지=애플의 AP 구매처 교체설은 2011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도 대만 IT전문지(디지타임스)는 "애플이 삼성전자로부터 전량 조달받던 A4 프로세서 일부를 대만의 TSMC로 전환하고, A5 프로세서부터는 구매선을 TSMC로 대폭 옮길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이를 그대로 받아쓴 국내 언론을 통해 소개됐다.
이 매체는 그 해 9월에는 구매품목을 A5에서 그 다음 버전인 A6로 말을 바꿔 TSMC가 양산하기로 했다며, 28나노와 20나노 공정기술을 채용해 양산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를 국내 언론들도 잇따라 보도했지만 여전히 애플에 공급되는 A6는 삼성전자가 독점 공급한다.
지난해 11월에도 업계 전문가의 말을 인용한 이 매체는 A6까지는 삼성전자가 공급했지만, 2013년부터는 애플용 AP는 TSMC가 생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또한 실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매체는 올해 3월에는 TSMC에 이어 인텔이 애플 차세대 A7 물량의 10%를 공급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의 A7 프로세서의 물량은 삼성전자 50%, TSMC 40%, 인텔 10% 선을 맡을 것이라며, TSMC는 이 물량을 내년 초부터 생산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보도도 두 달 만에 다시 번복됐다. 지난 5일 이 매체는 애플이 TSMC로부터 차세대 AP칩 전량을 조달할 것이라고 보도했고, 국내 언론들도 이를 크게 보도했다.

◇문제는 경쟁력=이처럼 수차례에 걸쳐 애플의 AP 조달처 교체설이 진행돼 온 것은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따라잡을 수 있는 경쟁자가 나타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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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AP 시장(통합AP+순수AP)은 직전해보다 42.7% 늘어난 7억 7740만개 수준으로 삼성전자는 퀄컴에 이어 이 시장 2위다. 이 시장은 반도체 기업에게는 놓치기 힘든 급성장 시장이다.
대만 TSMC는 애플의 주문을 감당하기 위해 지난해 4월 대만에 300mm 웨이퍼 제조공장 건설에 착공해 내년 초 20나노미터 칩을 대량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또 최근 16나노 핀펫 기술을 테이프 아웃을 했다고 했다. 테이프 아웃이란 기본 설계를 마치고 양산테스트를 위한 마스크(필름 같은 형태)의 제작을 마쳤다는 얘기로 이 단계에서부터 양산까지는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그동안 건설을 중단했던 화성 17라인의 건설에 들어가 올해 중으로 20나노와 14나노 기술을 적용한 칩을 양산할 것으로 알려져 TSMC와의 기술격차를 벌일 계획이다.
이렇게 될 경우 애플은 삼성전자로부터 계속 AP를 공급받든지, 원가경쟁력이 떨어지는 TSMC에서 AP를 비싸게 사든지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양사가 스마트폰 부문에서 치열한 특허 분쟁 중인 현 시점에서 애플이 AP 공급선을 TSMC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양치기 소년이 된' 대만 언론처럼 시기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제조하는 AP를 사는 게 마뜩치 않지만 대안이 없어 이를 바꾸지 않았다. TSMC가 경쟁력을 갖춘다면 애플도 굳이 삼성전자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현 상황으로 볼 때 삼성전자가 '한 스텝' 앞서 갈 것으로 보인다.
또 애플이 TSMC로 AP 공급처를 바꿀 경우 TSMC는 신규라인 건설에도 불구하고 생산능력이 달려 자사의 고객인 퀄컴, 엔비디아 등에 소홀할 수밖에 없고, 이들은 삼성전자를 찾게 된다. 벌써 TSMC의 고객 중 퀄컴과 엔비디아 등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자사의 제품을 맡기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지금처럼 경쟁력만 갖춘다면 애플을 잃더라도 다른 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 '애플과의 이별의 상처'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