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은 먹구름이 잔뜩 몰려오고 있다. 얼마나 많은 폭우와 강풍을 동반 할 것인지 또한 그 피해액은 얼마나 될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조만간에 한반도에 상륙할 금융 태풍의 후폭풍이 크게 염려된다.
불과 얼마 전에 온갖 여론이 한은 총재를 압박하여 겨우 기준금리를 조금 인하하는데 성공하였지만 앞으로 시장금리는 과거 몇 년간의 하락국면에서 오히려 상승 국면으로 분명히 방향을 전환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금리가 인상되면 자연히 금융부채가 많은 가계나 기업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금융기관들은 기업의 미래 성장성이나 수익성 보다는 당장의 현금 상환능력을 보다 중시하기 시작할 것이다.
가계부채가 최근 10년 사이에 두 배로 증가하여 1000조 규모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도 최대한 금리 상승을 억제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기축통화인 달러화 금융시장에서 금리가 상승 방향으로 움직이는 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채권투자자들은 일부 손실이 예상되며 향후의 채권투자에 대하여 상당히 신중하게 대응하게 되므로 자연히 '한계기업'이나 그와 비슷한 수준의 '본질적 기업가치'를 상실한 기업의 회사채를 기피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대주주가 공적기관이 아니고 개인인 몇 개 신용평가회사들의 상업적 이윤추구 관계가 맞물려서 후한(?) 평가 덕분에 간신히 투자등급을 받아서 연명해 왔던 많은 한계기업들은 웅진이나 STX 그룹처럼 곧바로 유동성 위험에 내몰리게 될 것이다.
게다가 채권투자자들이 금융시장의 흔들림에 크게 불안을 느끼거나 신용평가회사의 신용등급에 의문과 불신을 갖게 된다면 문제는 더욱 악화되어 멀쩡한 기업들도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법이다.
회사채 시장이 어려워지면 특정금정신탁에만 52조원이나 편입되어 있어 가뜩이나 불안한 기업어음(CP)시장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아서 유동성 부족으로 인하여 한계상황으로 내몰리는 기업들의 숫자는 기하급수 적으로 증가할 우려도 있다.
참고로, 2011년과 2012년에 금융채,ABS,은행채를 제외한 일반 회사채의 순발행금액(발행금액에서 상환금액을 차감한)은 각각 25.9조원과 18.8조원 이었다. 회사채 시장등 직접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거나 마비되면 한계기업의 도산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금융시장 전체가 불안해 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회사채 시장의 불안을 사전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은행권의 공공성 자금을 동원하여 회사채를 직접 은행들이 나서서 적극 매입해주도록 유도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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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경제 관료들의 입장에서는 부실기업이나 한계기업에 대한 공공성 자금의 지원은 지극히 마음이 내키지 않는 꺼림직 한 일이다. 왜냐하면 나중에 결과가 잘못되었을 경우 관료들이 책임과 비난을 온통 뒤집어 써야 하는 우리나라의 관행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 관료들이 이번에 후환(?)을 무릎 쓰고서라도 한계기업에 대한 회사채 매입이라는 강수를 결심하게 된 것은 그만큼 현재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만일 정말로 상황이 심각하다면 오히려 한계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국가신용등급에 좋지 않은 영향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1996년말 AA-(S&P)였다. 하지만 민간부문에는 많은 한계기업이 생존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한계기업들에 대한 조기경보체제나 상시적인 구조조정이 작동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업어음이나 회사채 시장의 기능이 마비되자 곧바로 많은 한계기업들이 줄 도산하면서 금융시장 전체가 충격을 받고 무너졌다. 결국 1997년에 국가 신용등급은 정크본드 수준인 BB-로 추락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민간부문의 신용위기는 국가위기의 선행지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