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분기 실적 슬로다운(둔화)된다는 얘기 있던데요?"(기자)
"그런가? 잘 될 것 같은데."(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실적이 좋을 거라고 보시는 건가요?"(기자)
(기자들이 다시 자세히 묻자 황급히 차에 오르며)"아니야, 아니야."(이 부회장)
28일 오전 이재용 부회장이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외부일정으로 외출하기 위해 차에 타기 직전 10초 내외에 이뤄진 대화 중 토시 한자 빠지지 않은 전부다.
당시 6명의 기자들이 뒤따르며 던진 질문에 이 부회장은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고 차에 타며 흘러가듯이 가볍게 던진 말임에도 불구하고 이후 보도된 기사들은 진지했다.
순식간에 '이재용 부회장 "삼성전자 3분기 실적 좋을 것"'이라는 속보가 빗발쳤다. 대부분 이 부회장의 말을 인용해 이 부회장이삼성전자(179,700원 ▼400 -0.22%)의 3분기 실적을 기대해도 좋다는 내용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분명 당시 현장에서 나눈 짧은 대화의 분위기는 보도와는 달랐다. 이 부회장이 기자들과 가볍게 주고받은 한 마디가 다소 과장된 면이 있었다. 현장 분위기를 보지 못한 독자들은 이번 보도를 보고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에 기대를 걸지 않을까.
현장 기자의 생명은 정확한 의미와 표현이다. 겹따옴표(" ")를 쓸 때는 반드시 그 사람의 입에서 나온 그대로를 해야 하는 게 기본 원칙이다.
비슷한 의미라도 그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니면 겹따옴표를 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굳이 의미를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 말을 덧붙여야 한다면 괄호()를 쳐서 본인의 말은 아니지만, 의미를 추가한다는 뜻을 정확히 표시해야 한다.
그 다음은 그 겹따옴표가 담고 있는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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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경제단체 회의에 재계의 한 총수의 참석 여부가 초미의 관심을 끌던 때다. 기자가 "A 총수가 오늘 회의에 참석하십니까"라고 묻자 그 단체의 임원은 경상도 사투리로 "안~오겠나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들은 일부 기자들은 "A 총수, 회의 불참"이라는 기사를 쏟아냈다. 문제는 다음부터였다. 그 임원이 말한 경상도 사투리를 표준어로 다시 쓰면 "오지 않겠나 싶습니다"라는 긍정의 표현이었다.
기자들은 현장에서 취재원과 직접 맞부딪혀 눈빛과 억양, 제스처, 현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물론 이 부회장의 말이 아직 한 달 이상 영업일을 남겨둔 3분기 실적에 대한 정확한 현황 분석 뒤 나온 것일 수도 있고 보고 받은 내용 중 일부 머릿속에 아껴뒀던 것을 내비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를 돌이켜보면 짧은 시간 의미를 크게 던진 말은 아니었다. 물론 진실은 이 부회장이 알고 있을 테지만.
말에는 뉘앙스라는 게 있다. 몇 초 사이 급하게 차를 타는 과정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엉겁결에 대답한 뒤 곧바로 "아니다"라며 말을 아낀 대화는 쏙 빠진 채 진지하게 '3분기 실적 좋다'는 식의 보도는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할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