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강덕수 회장과 현재현 회장의 선택

[기자수첩] 강덕수 회장과 현재현 회장의 선택

오상헌 기자
2013.09.25 07:00

지난해 중순. 유동성 위기에 몰린 STX그룹 강덕수 회장은 장고에 빠졌다.

'알짜 자산'인 STX에너지 매각문제를 두고서다. 당시 빚을 갚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면 자산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민간기업 최초로 석탄화력발전소 사업권(북평화력발전)을 얻어낸 STX에너지의 미래가치를 고려하면 경영권을 매각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강 회장은 사모펀드들의 '러브콜'을 뿌리치다 지난해 10월 일본계 금융자본인 오릭스에 STX에너지 지분을 일부 매각하는 방식을 택했다. 3600억원에 지분 43.15%를 넘기되 강 회장이 나중에 지분을 되사올 수 있는 조건이었다.

 그로부터 6개월 후. 유동성 압박을 견디지 못한 STX그룹은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STX에너지 잔여 지분(43.15%)과 경영권을 2700억원을 받고 오릭스에 추가로 넘겨야 했다. 시장가치 1조원이 넘는 알짜 자회사를 반값에 처분하는 '악수'를 둔 셈이다. 그룹도 사실상 해체됐다.

 강 회장이 선제적으로 STX에너지를 팔았으면 어땠을까.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당시 제값을 받고 매각했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STX그룹 관계자들이 뒤늦게 느끼는 아쉬움이다.

 재계 서열 38위인 동양그룹을 이끄는 현재현 회장이 기로에 섰다. 자매기업 오리온그룹 오너 일가의 담보 제공 거부로 현 회장은 '초읽기'에 몰리면서 외줄을 타야 하는 처지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자산매각 등 자구책뿐이다. 불행 중 다행인 건 STX와 달리 동양은 아직 팔 수 있는 '괜찮은' 자산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화력발전사업권을 갖고 있는 동양파워가 대표적이다. 주력인 동양증권과 동양시멘트도 아직 건재하다.

 다만 시간이 문제다. 속속 만기가 돌아오는 1조원 이상의 시장성 차입금을 갚으려면 자산매각에 속도전이 필수다. 인수후보들은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하기 마련이어서 속도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도 선택은 현 회장의 몫이다. '정'(情)을 버린 자매기업의 행태가 더욱 한스럽겠지만 이제는 실기조차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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