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사태의 재구성 "이혜경+김철 라인이 장악"

동양 사태의 재구성 "이혜경+김철 라인이 장악"

오상헌 기자
2013.10.08 07:14

동양그룹 전현직 임직원 증언..."이혜경 측근, 김철 등 비선라인이 주도"

이혜경(왼쪽), 김철
이혜경(왼쪽), 김철

동양(966원 ▼19 -1.93%)그룹 법정관리 사태의 전말이 그룹 핵심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속속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재계 38위인 동양의 법정관리는 5만 명에 달하는 개인투자자와 그룹 임직원들의 피눈물을 낳은 채 커다란 정치·경제·사회적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동양 사태의 본질은 1957년 창립 이래 재계 5위까지 올랐던 굴지의 대기업이 어떻게 몰락했는지, 그 책임은 어디에 있는 지로 귀결된다. 머니투데이는 그룹 내부 사정에 밝은 동양그룹 전·현직 임원과 직원들의 증언을 토대로 동양그룹의 몰락 과정을 재구성했다.

결론적으로 "동양 사태는 한때 재계에서 '내조의 여왕'으로 불리웠던 이혜경 부회장의 '오판'과 2008년 동양그룹과 연을 맺은 후 그룹을 좌지우지한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의 '전횡'이 만들어낸 합작품"(동양그룹 전 임원)이란 게 중론이다.

◇2008년 '동양의 디자인경영'=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의 맏딸이자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 부회장. 현 회장과 중매로 결혼한 이 부회장은 결혼 후 자녀(1남3녀) 교육과 가정살림에 전념했다. 동양매직과 동양메이저 고문 등으로 남편을 측면 지원하긴 했지만 전면에 나서는 일은 없었다. 재계에선 이런 그를 '현모양처의 표본', '내조의 여왕'이라고 불렀다.

이화여대에서 생활미술학을 전공한 이 부회장은 2008년 동양그룹이 디자인경영을 선언하면서 경영 일선에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전공을 살려 디자인경영을 총괄하는 최고디자인경영자(CDO. Chief Design Officer)로 나선 것이다. 각 계열사의 디자인 관련 업무는 모두 이 부회장의 손을 거쳤다. 이 부회장은 특히 2008년 건립된 강원 삼척시 파인밸리, 안성시 웨스트파인 골프장 등의 클럽하우스와 2009년 동양종합금융증권 골드센터 디자인을 직접 도안하는 등 디자인경영에 상당한 애착을 보였다.

◇김철과의 '잘못된 만남'= 이 부회장은 디자인 경영을 총괄하면서 인테리어와 디자인 업무에 능한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와 2008년 연을 맺는다. 김 대표의 이력이나 경력에 대해선 그룹 내부에서도 거의 알려진 게 없다. 1975년생(38세)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중퇴했고 인테리어와 유통업에 종사했다는 정도뿐이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공부를 했고 집안이 썩 괜찮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 부회장이 심혈을 기울인 골프장과 증권 지점 디자인 과정에서 조언자 역할을 하며 신임을 얻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이후 동양그룹이 2010년 5월 설립한 MRO(소모성자재공급업) 회사인 미러스 대표를 맡았다. 이 부회장의 절대적 신임 속에 지난 해 7월에는 동양네트웍스 각자 대표로 선임됐다. 지난 6월 동양네트웍스 각자 대표로 선임된 이 부회장의 장남 현승담 대표의 '멘토' 역할도 했다고 한다.

◇동양그룹 접수한 '김철 라인'= 이 부회장의 비호 속에 그룹 내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확보한 김 대표는 곧바로 인사권을 장악했다. 소위 '김철 라인'으로 불리는 인물들을 핵심 계열사 대표로 앉힌 것은 지난해부터다. 그룹 내에선 이상화 동양시멘트 대표(44)와 김정득 전 (주)동양 건재부문 대표이사(62)를 김 대표와 가장 가까운 인물로 꼽는다.

영남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김 대표가 MRO 계열사인 미러스 대표로 있을 때 사업총괄본부장으로 일했다. 이 대표는 지난 해 3월 동양시멘트 상무보(영업본부장)에 오른 지 불과 7개월 만인 같은 해 10월 동양시멘트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말 그대로 초고속 승진이었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상무보에서 상무, 다시 전무로 승진하는 데 통상 7~8년이 걸린다"며 "유통 영업전문가가 단기간에 시멘트업계 2위인 동양시멘트 대표를 맡게 된 배경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김종오 공동 대표의 사임으로 단독 대표를 맡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돌연 사임을 표했고, 김 대표가 다시 동양시멘트 대표로 선임됐다.

또 다른 인물인 김 전 대표는 동양그룹이 2011년부터 추진한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금진 온천지구 일대 리조트 개발 사업 과정에서 김 대표에 의해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고를 졸업하고 경남기업 이사와 금진생명과학 대표를 역임한 김 전 대표는 올 초 퇴직했다. 동양그룹 내에선 소위 '김철 라인' 내의 헤게모니 다툼에서 밀려 사임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동양네트웍스 '강남 사옥'의 비밀= 동양그룹은 지난 해 12월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자 고강도 경영개선, 사업재편 작업에 착수했다. 그룹 내 컨트롤타워인 전략기획본부의 업무였지만 실질적으로 구조조정 작업을 주도한 곳은 따로 있었다.

"동양네트웍스의 강남 논현동 사옥에는 현 회장의 방 대신 이 부회장과 김 대표의 방이 있다. 그룹의 인사와 구조조정 방향 등 모든 전략적 판단이 거기서 이뤄졌다". 그룹 사정에 밝은 한 인사의 증언이다. 현 회장과 전략기획본부는 사실상 배제돼 있었다는 것이다.

그룹 내에선 발전사업과 금융, 시멘트 중심의 사업재편 구상에 대해 반대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전략기획본부 내에선 "동양매직, 동양파워 지분, 동양증권 등 팔 수 있는 건 다 팔아야 살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묵살됐다.

지난 해 3월 이후 불과 1년 반 사이 전략기획본부장이 4차례나 바뀐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입바른 소리를 했다 쥐도 새도 모르게 해임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불과 2년 사이 그룹을 아끼고 합리적 생각을 가진 능력 있는 임원들은 모두 한직으로 밀려나거나 쫓겨났다"(동양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것이다.

2010년부터 은행 여신을 줄여 주채무계열에서 빠지고 회사채나 CP(기업어음) 등 시장성 차입금으로 연명한 것 역시 비선 라인이 주도한 전략이라는 게 그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나 "구조조정을 조정했단 것은 말도 안된다"고 부인했다. 그는 이 부회장의 발탁설에 대해서도 "내가 정식 입사한 것이지 그 분이 합류시킨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동양시멘트·네트웍스 법정관리 왜= 주력사인 동양시멘트 법정관리 결정도 전략기획본부가 배제된 채 실행됐다. 상대적으로 재무상태가 건실한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의 법정관리 배경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많다. 그룹 내에선 이 또한 비선 라인이 아무도 모르게 결정하고 실행했다는 의혹이 많다.

통합도산법의 기존관리인유지(DIP) 제도에 따르면,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기존 경영진이 관리인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 대표를 맡고 있던 이상화 대표와 김철 대표가 경영권을 틀어쥘 가능성이 컸다는 뜻이다.

◇현재현, '사위 경영'의 한계= 동양그룹 몰락의 또 다른 배경으로는 '사위경영'의 한계가 꼽힌다. 현 회장은 1975년 부산지검 검사로 재직하다 1976년 이 부회장을 만나 결혼했고 이듬해 동양시멘트 이사로 경영을 시작했다.

장인인 고 이양구 회장에게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았다고 한다. 1983년 34세의 나이에 동양시멘트 사장을, 1988년 동양증권 회장을 거쳐 1989년 동양그룹 회장에 올랐다.

"재계 최초의 '사위 경영인'이란 수식어로 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지만 장모(이관희 서남재산 이사장)가 살아 계시고, 아내가 경영에 관여하면서 입지가 크지 않았을 것"(동양그룹 관계자)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현 회장은 이제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몰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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