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속 응답성, 선회능력, 요철 처리능력 탁월… 연비는 아쉬워

'기본기 중심의 신차개발'
신형 제네시스의 개발 콘셉트다. 자동차의 기본인 '달리기 성능'을 끌어올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정면승부 하겠다는현대자동차(499,000원 ▼7,000 -1.38%)의 의지가 담긴 모델이 제네시스다. '브랜드 기술력의 결정체'라는 현대차의 자부심만큼 신형 제네시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도 높다.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 등 동급의 독일 준대형 세단과의 '기본기' 비교에서 어떤 평가가 나올지가 관건. 이 차를 17일 직접 타 봤다.
외관 디자인에서는 정중함과 날렵함이 동시에 다가온다. 일체형 대형 그릴이 강인한 전면부 이미지를 주도한다. 양 옆으로 날이 서 있는 헤드램프는 그릴 좌우에서 강인하지만 자칫 둔해 보일 수 있는 인상을 다잡아준다. 트렁크까지 유려하게 이어지는 지붕(루프) 라인에서는 날렵한 쿠페의 흔적이 보인다. '과감한 대형 그릴과 쿠페 스타일의 루프'라는 글로벌 자동차 디자인 트렌드를 잘 탄 듯 보인다.

실내 디자인에서는 간결함이 돋보인다. 대시보드와 양 옆 도어트림을 타고 흐르는 라인은 '직선'이다. 이른바 '수평 레이아웃'이다. 단순하지만 안정적이고 세련된 인상을 준다. 공조, 오디오 시스템 조작부는 2열로 정리돼 간결하고 깔끔한 느낌을 준다. 9.2인치 디스플레이는 시인성이 좋다.
고급 세단인 만큼 내장 소재 선택에도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 이탈리아 나파 가죽으로 제작된 시트는 8방향으로 조절이 가능하며 갈색 우드트림은 자연 상태의 나무 결이 그대로 살아있다.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걸면 낮고 묵직한 엔진 음이 들린다. 엔진 아이들링(엔진 시동이 걸린 채 저회전수로 동작하고 있는 상태)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이날 시승 코스는 광주공항을 출발해 영암 F1 서킷까지 이르는 약 100km구간. F1 서킷 주행도 시승코스에 포함됐다. 시승 차량은 4륜구동 옵션 'HTRAC'이 적용된 3.8 모델.
가속페달에 발을 얹으면 약간 굼뜨게 차체가 움직인다. 출발 시 반응성이 지나치게 민감하지 않아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이 정도면 대형 세단에 어울리는 무게감이다. 하지만 중저속 구간 움직임은 경쾌하다. 광주 시내를 벗어나기 까지 시속 60~80km로 달리는 동안 시종일관 넉넉한 힘이 느껴진다. 차선 변경과 끼어들기에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다.
서해안 고속도로에 올라 고속주행 테스트를 해봤다. 시속 200km까지 막힘없이 속도계가 기운다. 차체 흔들림은 거의 없다. 끼어드는 차량만 아니면 속도를 더 내도 무리가 없을 만큼의 안정감이다. 짧게 분절돼 들리는 엔진음도 더 달리고 싶은 욕구를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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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에서 차선 변경시에도 차체 쏠림현상은 매우 제한적이다. 단단하고 믿음직한 선회력이 기존 현대차 모델과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이는 서킷 주행을 할 때 특히 돋보였다. 4륜 구동 시스템 특유의 둔탁한 핸들링도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후륜에 가까운 선회감이다. 고속 선회 시에는 안전벨트가 자동으로 조여져 몸을 다잡아준다. 핸들링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 주는 요소다.

요철을 만났을 때 서스펜션 응답성도 매우 간결해졌다. 기존 현대차 모델이 여러번의 출렁임으로 요철 충격을 흡수했다면 신형 제네시스는 '투둑' 하는 2~3번의 분절로 충격을 빠르게 처리한다. 그렇다고 각 분절의 충격이 기존 모델들 보다 크지가 않다.
시승모델에는 최고출력과 최대토크 315마력, 40.5kg·m의 힘을 내는 6기통 3.8리터 람다엔진이 탑재됐다.
출시 전 구형 제네시스보다 마력이 다소 내려갔다는 지적을 들은 엔진이다. 하지만 실용영역에서 가속감을 좌우하는 토크는 기존 모델보다 2.6~6.1% 올라갔다. 시승 중 주로 분당 엔진회전계수(RPM) 1500~5000 사이에서 주행을 했다. 이 영역에서의 치고나가는 느낌은 마력이 높은 구형 제네시스 보다 탁월했다. 일상생활에서 5000rpm 이상을 쓸 일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체감 엔진출력은 오히려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각종 편의사양은 '현대차 전장 종결자'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수준이다.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CC)을 시속 125km로 설정해 놓고 달리자 가속페달을 밟지 않고도 설정 속도로 차가 달린다. 속도 제한 구간이 나오자 속도가 자동으로 줄어들고 앞차와의 간격도 알아서 조정이 된다. 차가 차선 밖으로 움직이면 차선이탈경보시스템(LDWS)가 진동으로 경고를 준다. 운전자가 할 일이 별로 없다.
후측방 경보시스템(BSD)과 헤드업디스플레이(HUD),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시스템(AVM), 선회제동시스템(ATCC) 등 현대차가 그동안 그랜저와 에쿠스 등 고급형 모델을 통해 선보인 전장 기술도 모두 들어가 있다.
전반적으로 신형 제네시스는 중저속 응답성, 선회능력, 요철 처리능력 등에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 가격이 아닌 자동차의 '기본기'로도 충분히 승부를 볼 만 하다.
류창승 현대차 국내판매전략팀 부장은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 아우디 A6의 11월 판매는 1~10월 판매대비 감소세에 접어들었다"며 "지난 달 출시 후 1만2000여 대가 계약된 신형 제네시스가 영향을 준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소비자들의 주요 구매 포인트 중 하나인 '연비'는 아쉬운 부분이다. 이날 100여km 시승을 마치고 트립컴퓨터에 찍힌 평균연비는 5.7km/ℓ였다. 제원상 연비 8.5km/ℓ 대비 실연비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경쟁 독일 브랜드의 제원상 연비와 실연비를 감안하면 연비 부분에서는 분명 비교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