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총학장 추천제', 빽 있으면 합격한다? 진실은

삼성 '총학장 추천제', 빽 있으면 합격한다? 진실은

오동희 기자
2014.01.16 10:23

[뉴스&팩트] SSAT 돈·시간 낭비 심각, 새 제도 뜯어보니

[편집자주] 보도되는 뉴스(NEWS)는 일반 시청자나 독자들에게는 사실(FACT)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뉴스가 반드시 팩트가 아닌 경우는 자주 있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머니투데이 베테랑 기자들이 본 '뉴스'와 '팩트'의 차이를 전하고, 뉴스에서 잘못 전달된 팩트를 바로잡고자 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93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라는 '자기내부로부터의 혁신'을 강조한 신경영을 선언한 2년 후인 95년 입사지원서에 대변혁을 시도했다.

입사지원서에 출신학교를 기재하는 '학력난'을 없앤 것. 이와 함께 대졸이냐, 고졸이냐와 상관없이 일정한 학문적, 사회적 소양을 갖추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도록 '열린 채용'을 실시했다.

삼성의 채용공고가 '대졸 신입사원 공채'가 아닌 '3급 신입사원 공채'라는 것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더라도 대졸에 준하는 능력을 갖춘 신입사원 채용을 '3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런 자격을 평가하는 수단이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였으나 20년 가까이 흐르면서 SSAT의 원래 취지가 변질됐다.

SSAT는 각종 족집게 학원이 등장하면서 '삼성고시'로 전락하고, '고시 광풍'이 학원가를 휩쓸어 한해 대학 졸업생 약 67만명 중 1/3 가량인 20만명이 SSAT에 응시하면서 사회적 비용낭비와 비효율이 발생하자 삼성이 19년 만에 '전면수술'에 나선 것.

이번 삼성 채용시험 변화의 핵심은 '수도권 유수 대학의 고스펙 인재만을 뽑겠다'는 뜻이 아니다.

'놀면 뭐하나, 응시제한도 없는 삼성에 시험이나 한번 쳐볼까?'라는 허수를 배제하는데 있다. 쉽게 말해 '의대 6년 공부하고, 사법고시 준비하는 식'의 폐단을 없애겠다는 취지다.

삼성의 사업부문과 관련한 공부를 하지 않은 채 '붙으면 좋고 안 붙어도 그만이지만 시험은 쳐보자'는 허수를 배제하자는 것.

수십만원짜리 SSAT 단과반 속성코스에서 몇 달 공부해서 시험을 치르는 사회적 낭비를 해소가 주목적이다. 고등학교 때나 대학 4년을 꾸준히 준비해 입사 지원하는 사람을 우대하겠다는 의지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찾아가서 보고(찾아가는 열린 채용)', 그것도 잘 모르겠으니 '학생을 가장 잘 아는 지도교수 등에게 알아보고(총학장 추천제)', 그렇게라도 안되면 입사지원자 스스로에게 '자기 PR을 해서 알리라(서류전형)'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허수'를 배제한 사람들 간에 SSAT 시험을 보면 최소한 '20만명'이 하릴없이 일요일 오전에 수험장에 앉아 볼펜을 굴릴 일은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런 제도를 도입하고 보니, 또 말들이 많다. 이 가운데 총학장 추천제와 서류전형에 도입되자 입사준비생들 사이에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총학장 추천제가 마치 '합격의 보장'이라도 되는 듯 '빽'과 '연줄'이 없으면 추천받기 힘들다느니, 부정과 비리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물론 전국 200여개 대학 중 어디 한두 군데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총학장의 추천이 곧 합격의 보증수표는 아니라는 점을 우선 지적하고 싶다. 총학장의 추천의 장점은 '서류전형 면제'에 국한된다. 모든 입사지원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SSAT를 잘 봐야 입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학에서 삼성의 총학장 추천 T.O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맥'을 통한 추천이 아니라, 학교 내 우수한 학생을 추천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만들어가겠다는 얘기다.

1~2년은 편법을 쓸지는 모르지만, 이런 이력이 쌓이면 그 대학에서 추천하는 인물을 신뢰할 수 없고 결국 추천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런 위험까지 무릅쓰고 총학장이나 지도교수 등이 '추천권'을 남용한다면 그 피해는 그 대학으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류전형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서류전형을 통해 '지방대' 등을 배제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으나, 이는 기우다.

삼성이 보는 서류의 내용은 '서울 강남 A지역의 B외고를 졸업하고, C 대학을 나온 좋은 스펙의 지원자'를 보는 것이 아니다. 삼성은 기본적으로 지방대 35%와 저소득층 5% 채용의 기존 '열린 채용'과 '기회 균등 채용'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서류전형의 목적은 '경험 삼아 한번' 응시하는 수험생이 아니라 '삼성에 관심이 있어서 준비해온 사람'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뜻이다. 인터넷을 통해 상시 지원서를 받는 이유도 이런 데 있다.

찾아가는 채용이나, 총학장 추천이 없더라도 스스로 삼성 입사에 관심이 있다면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경쟁력을 갖추고 자기PR에 나서면 언제든 기회가 주어진다는 얘기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오동희 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