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세상의 많은 제도는 겉으로 보이는 명분 뒤에 감춰진 의도가 있다. 프랑스가 이산화탄소(꺏) 배출량에 따라 보조금을 주거나 벌금을 매기는 보너스·맬러스제도를 도입할 때 '온실가스 감축'을 내세웠지만 숨은 속셈은 르노, 푸조시트로엥 등 소형차 생산 비중이 높은 자국 자동차업체들의 보호였다. 일본의 친환경차 보조금 정책도 하이브리드카에 강점이 있던 토요타, 혼다 등 자국 업체들이 수혜 대상이었다.
이와 달리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중대형차 위주 자동차 소비문화를 개선하겠다"며 환경부가 추진 중인 저탄소차협력금제도는 자국 업체들에 불이익을 주는 구조가 되기 딱 알맞다. 예컨대 지난해 10월의 3차 조정안에서 환경부는 기아차의 경차 '레이'를 부담금을 내야 하는 차종에 집어넣어 '경소형 확대'라는 취지를 스스로 저버렸다.
환경부의 1~3차 안에서 가장 보조금을 많이 받는 차종은 전기차를 빼면 토요타 '프리우스',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 '푸조 208', '시트로엥 DS3' 등 일본차와 프랑스차가 대부분이었다. '자국차를 위한 기술적 장벽 치기'라는 정치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본뜨다 생긴 일이다.
논란이 일자 환경부는 지난달 14일 전기차, 하이브리드카, 경차, 일부 소형차에 보조금을 주기로 하고 이달 말까지 조정안을 만들기로 했다. 또 국내업체의 판매가 많은 준중형과 일부 중형차를 '중립구간'에 포함해서 보조금을 받거나 벌금을 내지 않도록 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 규제는 수정안을 만들 게 아니라 그 시행 여부를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게 순서다.
환경부가 벤치마킹한 프랑스의 보너스·맬러스제도는 미국, 일본, 독일 등 자동차 제조업이 강한 국가에서 시행하지 않는다. 이들 국가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꺏 규제를 하지만 이런 방식은 아니다. 오히려 독일은 총리가 자국 산업에 불리한 유럽연합(EU)의 꺏 규제를 연기하기 위한 작업을 벌였다.
유럽산 디젤, 일본산 하이브리드카가 혜택을 본다는 지적에 환경부가 "수입차의 대다수(50%) 이상이 중대형으로 전체적으로 국내산이 경쟁력을 가지는 구조"라고 했지만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
1분기 수입 디젤 판매는 전년 대비 42.6% 늘어났고 수입 하이브리드 판매는 20.2% 증가했다.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연말 준대형 하이브리드를 새로 투입하면서 판매가 뛴 듯 보이나 3월 들어 감소세로 반전했다.
환경부가 쌍용차의 경영악화 우려에 대해 "근거 없고 지나치다"며 "'코란도C' 등은 고효율"이라고 했지만 '코란도C'는 1~3차 안에서 모두 벌금부과 차종이었고 이는 쌍용차의 판매에 부정인 요인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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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와 '저탄소'가 화두가 되면서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업체들은 국가가 규제하지 않아도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시장에 맡겨둬도 될 일은 시장에 맡기는 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