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말라가에서 2015 포르쉐 GTS 익스피리언스 체험

‘단 하루, 포르쉐를 종일 탈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야하나?.’
지난달 ‘포르쉐 GTS 글로벌 익스피리언스’ 참석을 앞두고 떠오른 질문이다. GTS의 배지를 단 카이맨과 박스터, 스포츠유틸리티(SUV) 카이엔까지 공개한 상황에서 포르쉐는 과연 무엇을 한국에 소개하고 싶은 것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
터키 이스탄불을 거쳐 스페인 말라가까지 대기 시간을 포함해 20시간이 걸렸다. 도착한 바로 다음 날,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차비를 했다. 오전 7시반 어슴프레 해가 뜰 때 쯤 어디가 어딘지 알 필요도 없는 날 것 그대로의 드라이브가 시작됐다. 독일에서 날아온 새빨간 셔츠의 진행 요원들은 내비게이션만 가리켰다. 편도 107km 거리 중 약 40km 정도는 환상적인 와인딩(코너가 극도로 굽이치는 지점) 코스가 펼쳐질 것이니 그저 즐기라고 말했다.
알칸트라(스웨이드 가죽처럼 가는 털이 있는 합성가죽)로 감싼 스티어링휠(운전대)을 움켜 쥐고 조심스레 시내 길을 치고 나갔다. 말라가는 EU(유럽연합) 내에서도 낮은 물가 덕에 남은 노년을 편안히 보내려는 부부들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다. 낡은 소형차 무리 속에서 으르렁 거리며 달려가는 스포츠카의 행렬은 대단한 볼거리다.
출발은 포르쉐 타르가의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출시한 모델이자, 이번 행사의 주인공 911 타르가 4 GTS를 선택했다. 911 타르가는 포르쉐 911 모델 중에 강화유리로 된 지붕을 채택한 차다. 911 박스터보다는 조금 더 나긋하다. 911 박스터에 네 바퀴를 다 붙잡아 주고 가속력이 더 좋은 4 GTS가 달린 것이다. GTS는 GT(Grand Tourer, 장거리 운전을 목적으로 설계된 고성능 자동차)와 고성능(Sports)를 합친 뜻이다.

3800cc, F6 직분사 엔진에 7단 자동변속기(PDK)를 달았다. 숫자 4가 뜻하는 상시 사륜구동은 고속의 유턴 상황에서도 한 점 흔들림이 없었다.
430마력짜리(911 타르가 4 S는 400마력) 최고시속 301km를 내는 차를 타고 인적 없는 들판과, 바닥이 보이지도 않는 절벽 위 코너를 두 시간 쯤 달렸을까. 거대한 문이 가로막은 아스카리 트랙(레이스 리조트)에 도착했다. 아스카리 트랙은 네덜란드의 한 부호가 세계 자동차 마니아들과 즐기기 위해 운영한다. 리조트 형태로 운영하면서 세계 각국의 럭셔리 카들에게 가끔 문을 열어준다. BMW 고성능 버전인 M 시리즈나 람보르기니, 포르쉐 등이 단골손님이다.
코스는 만만치 않았다. 너른 들판 한가운데 5.425km 길이에 코너가 26개 있다. 프로 레이서도 긴장하게 만드는 경사가 곳곳에 있어 어떤 전문가들은 ‘세계 유명 트랙의 종합세트’라고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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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에 911 타르가 4 GTS를 비롯해 911 카레라, 카이맨, 박스터, 파나메라와 카이엔 GTS의 전 라인업이 줄지어 있었다. 검은 색 휠과 머플러, 여느 포르쉐와 달리 길게 각진 헤드램프 안쪽 디자인이 GTS 라인 임을 드러낸다. 레이싱카나 다름없다는 911 GT3 보다는 편하고 911 S보다는 출력이나 옵션을 더 갖추고 있다.
‘고급스러운 옵션과 성능을 모두 갖추고 일상성을 잃지 않는 차’. 포르쉐의 브리핑은 이 짧은 표현이 다였다. ‘타 보면 알 것’이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곧바로 ‘포르쉐 2015 GTS 익스피리언스 데이’가 다시 시작됐다. 포르쉐가 진출한 대륙별, 나라별 대표 기자들이 GTS의 전모델을 번갈아 달렸다.
포르쉐 사운드 엔지니어에 따르면 한국과 대만은 배기음 제한법규가 강해 원래 포르쉐의 소리보다 낮게 바뀌어 수출된다. 그래서 기어를 옮길 때 마다 편차가 큰 일부 수동기어 모델은 아예 못 들어 오고 있다. 이후로 유난히 앙칼지게 들리는 포르쉐 배기음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스티어링휠을 많이 돌릴 필요도 없어요. 이건 GTS니까.”
노년의 인스트럭터(자동차 운전 지도 전문가)가 은색 포르쉐 911 터보 S를 타고 앞서고 기자들은 3대씩 서로 다른 차에 올라 운전을 시작했다. 한껏 기대를 품고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3초면 도달하는 911 타르가 4 GTS에 올랐지만 인스트럭터는 좀처럼 속도를 높이지 않았다.

시속 250km를 훌쩍 넘겨 달려볼 것을 기대했지만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 자세제어장치는 절대 끄지 못하도록 거듭 주의를 줬다. GTS의 성능이 최대치를 발휘할 수 있도록, 이국에서 온 사람들이 충분히 바깥 풍경과 차를 느낄 수 있도록 한 포르쉐의 작전이다. 기자의 과욕에 코너에서 스핀(차가 중심을 잃고 도는 현상)이 반쯤 생겼을 때는 학생처럼 불려가 1대1 과외를 받기로 했다. 누군가는 오후에 토하지 않도록 점심을 적게 먹으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오로지 달리기만 한 하루가 끝나고 오후 4시가 넘어 박스터 GTS를 타고 돌아왔다. 오는 길은 145km로 더 길고 더 가파른 코스다. 숙소까지 어떻게 왔는지 기억조차 가물하다. 돌아와 며칠 동안 온몸의 근육이 풀리지 않아 애를 먹었다.
GTS는 포르쉐의 가장 센 차 GT3보다 나긋하지만 달리는 순간은 절대 뒤지지 않으려 한다. 그러면서도 극한 상황에서도 알아서 자세를 잡을 줄 아는 차다. 그래서 싫을 수도 있고, 그래서 반할 수도 있는 차가 GTS다. 그중 가장 화려한 외모의 911 타르가 4 GTS를 한국에서 사려면 1억8570만원(부가가치세 포함)이 필요하다.
값에 대한 가치는 답할 수 없다. 그러나 단 하루 포르쉐로 트랙을 달리기 위해 국경을 두 번이나 건너야 하는지는 확실히 ‘네’라고 답할 수 있다. 911 타르가 4 GTS는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12일까지 열리는 2015 서울모터쇼 포르쉐 전시장에 가면 실물을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