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매끈한 핸들링과 개선된 초반 가속력

‘아이디얼 타입(ideal type)’이라는 말이 있다. '이상형'이라는 말로 풀이되지만, 많은 사람들의 요구에 충실한 조건을 갖췄다는 분위기가 내포됐다.
딱히 부족한 것도, 튀는 점도 없다는 뜻일 수도 있다. 혼다 CR-V가 그런 차다. 시승 후 떠올린 이미지는 ‘건실한 샐러리 맨’의 모습이었다. CR-V는 2004년부터 10년 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SUV(스포츠다목적차)의 자리를 떠난 적이 없다. 한국에서도 2009년 까지 수입 SUV 1위를 차지했다.
‘무색무취’가 매력이라는 선입견이 있는 모델. 지난해 연말 출시한 2015년형 CR-V와 이전 모델인 2013년형을 번갈아 타 봤다.
외모는 큰 차이가 없다. 2015년형이 앞 뒤 길이만 2cm 늘어났을 뿐이다. 헤드램프와 그릴 등 드러나는 부분의 각을 날카롭게 다듬었다고 하지만 눈에 띄진 않는다. SUV의 선택의 주요 기준인 공간감이나 비율이 비슷한 탓일 수 있다. 충분히 넓고 쾌적하다. 특히 운전석의 시야가 넓고 편하다. 블루투스는 접속 속도가 빠르고 엔포테인먼트 화면 주변의 터치식 버튼은 쉽게 다룰 수 있어 ‘역시, 혼다는 IT(정보기술) 편의장치에 민감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신구형의 차이는 출발 후 가속을 할 때가 돼서야 드러난다. 토요타나 렉서스에 비해 혼다는 단단한 승차감을 준다. 조용하고 매끈하다는 말은 여느 가솔린 엔진의 일본차라면 거의 해당하는 말이겠지만 혼다는 혼자 다르다. 다른 일본차의 승차감이 부드러운 황토 위를 달리는 것에 가깝다면 혼다는 잘 닦은 마루 위를 가는 느낌이다.

2015년형은 기존 5단 변속기 대신 스물 스물 속도를 조용히 높이는 무단 변속기(CVT)를 장착했다. 회전하는데 에너지를 덜 쓰는 변속기 덕에 복합연비는 리터당 11.6km로 나아졌다. 이전 모델은 리터당 10.4~10.7km였다. 2015년형은 고속도로를 제외하고 서울 도심만을 움직일 때는 10km 내외를 유지했다.
2015년형의 최고출력은 188마력으로 구형보다 2마력 줄었다. 반면 몸놀림을 뒷받침하는 요소가 강화됐다. 초반 가속에서 느낄 수 있다. ‘부르릉~’ 소리를 내며 속도를 키우는 시간이 전보다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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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어링휠의 반응도 기대이상이다. 시속 60km이상 중고속에서 덩치를 감안할 때 운전이 참 쉽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레이싱 게임기에서 본 듯한 굵은 계기반 눈금은 매우 낯선 디자인이지만 전달력은 확실하다. 그래서 튀기보다는 내가 편한 차가 우선인 실용파의 선택을 받았을 것이라 확신했다. 이 모든 장점이 시속 130km 이하에만 집중돼 있다. 130km를 넘어서면 차체 소음이 다소 귀에 거슬린다. 또 스티어링휠의 반응성이 좋아 오히려 고속에서서는 불안감이 생길 수 있다.
가격은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3490만원이다. 선택할 수 있는 트림은 하나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