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엘리엇, 합병발표 하루만에 삼성에 '반대의사' 전달했다

[단독] 엘리엇, 합병발표 하루만에 삼성에 '반대의사' 전달했다

임동욱 기자
2015.06.11 20:10

치밀한 사전작업 윤곽 드러나..이달 3일 주주제안서 제출과 동시에 지분 추가매입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한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물산 본사 앞을 직원들이 지나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한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물산 본사 앞을 직원들이 지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고 나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가 이번 합병을 사전에 염두에 두고 치밀하게 준비해 온 정황이 드러났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합병 발표 하루 만인 지난달 27일 삼성물산에 합병 반대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 26일 삼성물산, 제일모직 이사회가 각각 합병을 결의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반대 의견을 전달해 온 것으로, 이는 엘리엇의 공격이 지분 보유 공시를 통해 수면 위로 부상하기 일주일 전이다.

엘리엇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 1대 0.35는 불합리하며 이는 삼성물산의 가치를 과소평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삼성물산 주주가치의 침해 우려가 있어 합병을 반대한다는 메시지도 함께 전달했다.

이달 3일 엘리엇은 삼성물산에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여기에는 현물 배당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주주총회 결의로 현물 배당을 포함한 중간 배당을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정관 일부를 변경하자는 제안이 담겼다. 같은 날 엘리엇은 증권시장에서 삼성물산 보통주 339만3148주(2.17%)를 사들였다.

다음날인 4일 엘리엇은 지분 추가 매입 사실과 함께 삼성물산 주식 7.12%(1112만5927주)를 보유한 사실을 공시했다. 또 보유 목적을 '경영 참가'로 명기, 삼성과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엘리엇은 이달 2일 이전까지 삼성물산 보통주 773만2779주(4.95%)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까지 보유 지분율이 5% 미만이었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보유지분을 공시해야 하는 '5% 룰'을 피할 수 있었다.

다음날인 5일 엘리엇은 삼성물산 주요 주주들에게 합병 반대서한을 보냈다. 여기에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삼성SDI, 삼성화재 등 삼성 계열사들도 포함됐다.

의사 표시를 마친 엘리엇은 이후 가처분 소송 등 법적 절차를 시작했다. 엘리엇은 지난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삼성물산과 이사진에 대해 합병계약서 승인의 건 결의를 목적으로 하는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안건에 관한 결의 금지 등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날 삼성물산이 자사주 899만557주를 KCC에 매각하자, 엘리엇은 즉각 해당 주식에 대해 의결권이 행사되는 것을 막기 위한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공방은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한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물산은 "합병 절차를 중지시키고자 하는 행위에 대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엘리엇을 비롯해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 등이 국내외 법원 및 기타 기관에서 법적 조치를 취하는 등 분쟁이 발생할 경우 합병일정 지연 등 절차상의 변경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합병계약을 승인하는 임시주총에서 반대주주가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통해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의결권을 결집할 경우 '위임장경쟁'(Proxy fight)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럴 경우 합병 절차 진행이 직접적으로 제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법적 분쟁의 결과에 따라서 합병 절차 진행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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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욱 바이오부장

머니투데이 바이오부장을 맡고 있는 임동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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