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렉서스의 스포츠유틸리티자동차(SUV) RX는 한국에서는 그 명성이 덜하지만 ES와 더불어 렉서스를 대표하는 차종이다. 조용하고 운전하기 편한 세단의 장점을 가미한 '크로스오버'의 원조다. 1998년 처음 출시돼 렉서스가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잡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현재까지 226만대가 판매되며 렉서스 브랜드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0%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소형 SUV 시장이 커지면서 RX를 비롯한 중형 SUV의 위치가 애매해졌다. 렉서스가 2014년 내놓은 소형 SUV NX도 RX 소비자들을 끌어가고 있는 것으로 내부적으로 분석됐다.
이에 RX가 선택한 전략은 소형 SUV가 줄 수 없는 '넉넉함'을 내세우는 것이었다. 최근 국내에 출시된 4세대 RX인 '2016 뉴 제네레이션 RX'는 이전보다 차의 앞 뒤 길이(전장)는 120mm, 폭(전폭)은 10mm 커졌고, 내부 공간의 크기를 결정하는 휠베이스(앞 뒤 차축간 거리)는 50mm 길어졌다. 렉서스의 플래그십 SUV 'LS'에 버금가는 크기로 재탄생한 것이다.

4세대 RX를 지난 18일 시승했다. 탄 차는 V6(V형 6기통) 3.5리터 가솔린 엔진과 모터를 장착한 RX450h의 보급형 모델 '수프림(Supreme)'이다. 가격은 7610만원으로 윗 급인 이기지큐티브(Executive, 8600만원)보다는 1000여만원 낮다.
외관은 보닛과 옆면, 후면에 여러 개의 직선과 곡선이 드러나 볼륨감이 있다. 앞은 아랫변이 넓은 모래시계 모양의 스핀들 그릴과 작살 모양의 발광다이오드(LED) 주간주행등이 카리스마 있고 전투적인 이미지를 만들었다. 차의 뒷부분도 바디 골격에 모래시계 모양이 선명하게 드러나 멀리서도 렉서스임을 분간할 수 있다.

크로스오버답게 차체가 세단보다는 높지만 일반 SUV보다 낮다. 문을 열고 들어갈 때 차의 발판을 딛고 올라서야 하는 불편함이 없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도 쉽게 탈 수 있을 정도다. 좌석에 앉았을 때 무릎이 직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비스듬히 다리를 뻗는 형태가 되는 것도 일반 SUV와 다른 점이다. 앞유리와 앞문 유리창 사이의 기둥을 뜻하는 'A필러' 부분에 창을 따로 둬 개방감을 높이고 사각지대를 줄였다.
인테리어는 고급차 답게 천연가죽과 알루미늄, 나무 소재를 적절히 사용했다. 12.3인치 풀 컬러 디스플레이가 장착돼 있는데, 운전자 오른 쪽 변속레버 옆에 있는 버튼과 레버를 이용해 조작한다. 고급차의 추세가 된 전자식 변속레버 대신 기계식 변속 레버를 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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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을 걸었지만 하이브리드 차량답게 소리나 진동으로 시동이 켜졌음이 확인이 되지 않는다. 다이얼을 돌리거나 눌러 에코, 일반, 스포츠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데, 스포츠모드에 가서야 비로소 '카르릉' 하는 낮은 엔진음이 들려온다.
시승은 잠실에서 출발해 일반 도로, 올림픽대로, 서울춘천간도로를 거쳐 화도IC 인근의 골프장에 들렀다가 되돌아오는 코스에서 이뤄졌다. 교통체증 구간과 고속구간, 굽은 도로 등 다양하게 경험했다.
저속에서 얌전하게 굴러가던 차는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자 '크르릉' 하는 엔진음이 강조되면서 뻗어나가 금세 초고속 상태에 도달한다. RX의 엔진은 주행조건에 따라 포트분사와 직분사를 병행하는 방식인 D-4S 기술이 사용됐다. 저속에서는 연료를 아끼기 위해 주로 포트분사를 사용하고, 고속이나 오르막에서는 직분사를 사용한다. 당장 몰아보면 엔진음으로 어떤 분사 분사를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확연하게 다르다.

인상 깊었던 것은 가벼운 운전대였다. 대형에 가까운 크기의 SUV라고 하기엔 운전하기 무척 편했다. 공차 중량이 2175kg에 달하는 육중한 차지만 시속 100km가 넘는 상태에서 차선을 급히 변경해도 차의 뒷부분이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반응 또한 빨랐다. 고장력 강판을 다양한 부위에 적용하고 레이저스크류용접(LSW), 구조용 접착제 사용 등으로 강성을 높인 덕이다.
이 차의 복합 연비는 리터당 12.8km로 공시됐다. 하지만 차의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고속주행과 급가속을 반복했기 때문인지 시승을 끝냈을 때 연비는 리터당 10km 이하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