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산→원주로…"투자자 만나러 휴일도 반납" 현대상선 직원들

부산→일산→원주로…"투자자 만나러 휴일도 반납" 현대상선 직원들

양영권 기자
2016.05.22 15:26

사채권자 집회 앞두고 투자자 설득 위해 전사적 노력…"개인 투자자 많은 BW 채무조정이 관건"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상선 본사에서 열린 현대상선 사채권자집회 설명회에 현대상선이 참석자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상선 본사에서 열린 현대상선 사채권자집회 설명회에 현대상선이 참석자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뉴스1

# 현대상선 지원부서에 근무하는 A씨는 사무실에 붙어 있는 날이 많지 않다. 오는 31일과 다음달 1일 사채권자 집회를 앞두고 공모사채 투자자들을 찾아가 동의를 얻어내는 작업에 투입됐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 9일 사채권자 집회 일정이 발표된 이래 휴일도 반납하고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무보증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자를 만나기 위해 '전국 일주'에 버금가는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A씨는 증권사로부터 투자자의 소재를 알아내 부산에 내려갔지만 그곳에서 투자자가 경기 고양시에 거주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고양시에 찾아갔지만 "강원 원주에 있다"는 얘길 듣고 원주로 발길을 돌렸다.

현대상선이 8042억원에 이르는 공모사채 만기 연장과 출자전환에 이처럼 전사적인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선박 운영과 직접 관련된 부서를 제외하고 재무부서를 비롯한 지원부서의 차장급 이상 간부들을 총동원해 투자자 설득에 나섰다.

2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자율협약의 전제 조건으로 용선료 인하와 함께 비협약채권(공모사채) 조정을 제시했다.

용선료 인하의 경우 최근 현대상선이 개입할 여지가 크게 줄었다. 지난 18일 서울 연지동 현대상선 본사에서 열린 선주 회의에 채권단이 직접 참여한 이후 협상은 채권단과 선주들의 기싸움 양상으로 전개되는 모양새다. 현대상선으로서는 용선료 협상에서 사실상 한발 비켜서게 되면서 비협약채권 조정에 '올인'을 해야 하는 처지다.

현대상선은 오는 31일과 다음달 1일 총 5차례에 걸친 사채권자 집회에서 '△50% 이상 출자전환 △잔여 채무 2년거치 3년 분할상환'이라는 내용의 채무 조정안에 동의를 받아내야 한다.

비협약채권 조정안은 협약채권 조정안보다 더 유리한 조건이어서 투자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협약채권 출자전환 주식은 신주 상장 직후 매도가 가능해 바로 현금화할 수 있다. 출자전환 가격은 주식 발행일 기준 주가에서 30% 정도 낮게 적용할 계획이다.

반면 채권단이 보유한 협약채권에 대해서는 출자전환 주식에 대해 5년간 보호예수가 이뤄지며, 잔여 채무도 '5년 유예 5년 분할 상환'을 적용한다.

다만 비협약채권 중 542억원 규모의 BW가 문제다. 현대상선의 회사채는 신협과 지역농협 등 기관이 대부분 보유하고 있지만 BW는 개인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동의를 받아내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투자자들을 상대로 지난 12일 한차례 설명회를 열었지만 참석자가 60여명에 그쳤다.

지난 19일 358억원 규모의 BW 만기 연장 동의를 받아냈던 한진해운과도 처지가 다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BW 투자자 가운데 최대 20억원대를 보유한 '큰손'이 있어 그나마 상대적으로 설득 작업이 덜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반면 현대상선은 '큰손'이 없고 대부분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수억원 규모의 소액투자자들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 BW는 최근에도 개인투자자들 사이에 손바뀜이 많이 일어나 투자자의 소재를 알아내는 것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비협약채권 조정안에 동의를 얻어낼 수 있을지, 아직 가능성은 반반"이라며 "회사 회생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도 현재 상황에서 최선의 방안인 채무 조정안을 실행하는 데 동의해줄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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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권 논설위원

머니투데이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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