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디젤차' 때린다고 '친환경차' 늘어나나

[기자수첩]'디젤차' 때린다고 '친환경차' 늘어나나

박상빈 기자
2016.06.03 06:19

'클린 디젤의 배신.'

지난해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태가 발생하며 흔들렸던 디젤(경유)차량에 대한 신뢰가 최근 환경부의 닛산 '캐시카이' 배출가스 조작 의혹 제기로 또 한번 금이 갔다.

부쩍 심해진 '미세먼지' 논란에 디젤차량은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총알받이'가 됐다. 한때 정부가 디젤차를 '고연비'의 친환경차량으로 호평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디젤차의 눈물'이라며 배출가스 문제가 과장됐다는 디젤차 옹호 주장도 없지 않지만, 정부는 '디젤차 때리기'에 앞장 섰다.

정부는 디젤차를 제재하거나 줄이기 위한 첫 방안으로 '경유값 인상' 추진을 빼 들었다. 연비가 높을 뿐 아니라 연료 가격 자체가 휘발유보다 낮은 만큼 값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디젤차 구입 부담을 늘려 '미세먼지의 주범'인 디젤차의 수요를 줄이겠다는 의도다.

신차 수요만을 고려하면 디젤차를 간단하고 분명하게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겠지만, 생계형 상용차 운전자나 고연비를 생각해 디젤차를 구입한 기존 고객들의 반발이 커 실제 경유가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가계 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친환경차량이라며 구입을 권장했던 정부에 배신 당한 꼴이 되는 소비자들의 반발은 예상보다 거세다.

'간단한 방법'이 벽에 부딪치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휘발유값 인하를 주장하기도 했다. 온라인에는 '경유값을 올릴게 아니라 휘발유값을 내리면 디젤차 안 산다'고 거드는 의견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 역시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경유차 대신 휘발유차를 산다는 것이 친환경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정부는 디젤차를 사지 말아야 할 이유를 강조하기 보다는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살 수 있도록 시장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 디젤차의 약점을 부각시키는 '네거티브 전략'보다는 친환경차 구입을 독려하는 '포지티브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정부는 국내 자동차 시장이 친환경차를 살만한 조건을 갖췄는지 검토해볼 일이다. 가격 유인은 충분한지, 충전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질수 있는지 재검토가 필요하다.

1500만원이던 전기차 구입 보조금이 올해부턴 1200만원으로 300만원이나 깎였다. 친환경차 구입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한 건 당연한 일이다.

디젤차를 아무리 때려도 부담을 떠안으면서 친환경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디젤차를 '포기'하게 하는 대신 친환경차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는게 현명한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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