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도약 J노믹스에 바란다]<2>기업 지배구조 개선

2014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미국 뉴욕증시 진출은 글로벌 시장을 놀라게 한 깜짝 이벤트였다.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과 어깨를 견주는 초대형 인터넷업체의 등장에 전세계가 들썩였다.
당초 알리바바는 홍콩증시 상장을 추진했다. 막판에 마윈 회장의 마음을 돌려세운 것은 홍콩거래소의 '1주 1의결권' 정책 고수였다. 경영권 방어에 부담을 느낀 마 회장은 차등의결권 제도가 있는 미국 증시로 목표를 바꿨다. 경영권 불안이 상존하는 시장에 대해 기업의 시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새 정부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드라이브를 두고 경제계의 우려가 깊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자사주 처분 제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 정부가 염두에 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의 로드맵이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라는 점에서다.
재계에선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얘기가 나온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월 "국회에서 추진하는 상법 개정에 맞춰 경영권 방어 제도도 같이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도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 인정..부작용은 우려
재계도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부정하진 않는다. 재계 법정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가 나서 '경영윤리 98위, 감사공시 62위, 이사회 효율성 109위'라는 세계경제포럼 조사결과(지난해 말 138개국 기업 대상)를 들이대면서 지배구조 개선 해법을 촉구할 정도다. 구시대적 지배구조와 불공정한 플레이로 특정기업이 이득을 보면 다른 기업엔 피해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재계에서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별 기업들도 지배구조 개선에 시동을 건 지 오래다. 일찌감치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SK(358,500원 ▼1,000 -0.28%)·LG(94,000원 ▼2,800 -2.89%)가 대표적이다. 지주사 체제는 문어발 경영의 폐단으로 지적됐던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고 지배구조를 투명하고 단순하게 정리하기 위해 정부와 재계가 머리를 맞대 도출한 제도다. 최근엔 롯데가 지주사 체제 전환 계획을 밝혔다.

재계가 불안해하는 것은 인위적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부작용이다. 법과 규제로 강제한 지배구조 개편은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고 기업의 자율성을 제한해 잠재성장력을 꺾을 수 있다.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결과 못지 않게 과정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의 주요주주로 의사결정에 참여해 견제역할을 한다. 분식회계나 불법출연이 발생하면 기관투자자가 관련 안건을 찬성한 사외이사를 고소·고발하도록 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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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영국이 최초로 이 제도를 도입한 뒤 네덜란드, 스위스, 일본, 이탈리아, 홍콩 등이 시행 중이다. 국내에도 기관투자자의 이런 행동강령에 관한 스튜어드십 코드가 지난해말 도입됐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후진국에선 규제를 옥상옥식으로 아무리 쌓아도 잘 작동하지 않지만 선진국에선 규제 대신 시장참여주체들의 자율규범을 통해 최선의 관행을 만들어간다"며 "우리도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이원일 제브라투자자문 대표는 "시장경제원칙의 테두리에서 견제와 감시를 통해 지배구조를 투명화하는 게 선진국에서도 입증된 가장 합리적인 개선 방법"이라고 말했다.
◇규제 강화 시 기업 경영권 방어수단 보장 필요

정부의 로드맵대로 일부 규제를 도입한다면 동시에 방어수단도 보장해야 한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미국·일본·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기업의 경영권 방어 제도를 도입했다. 자국 기업이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흔들려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는 알리바바의 사례처럼 해외기업을 유치하는 부수효과로도 이어졌다.
한국은 이 점에서 예외다. 차등의결권·포이즌필·의무공개매수제도 등 선진국에서 시행 중인 적잖은 경영권 방어 제도 중 도입한 게 주식대량보유 보고제도 정도다.
학계에선 그동안 정부 주도의 기업 지배구조 개편 시도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를 두고 한 방향만 바라보면서 밀어붙인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새 정부가 다시 한 번 보완책 없이 규제만 추진한다면 부작용과 함께 반발이 거셀 것이란 얘기다. 일각에선 미흡한 경영권 방어 제도가 그동안 대기업 계열사간 지분구조를 복잡하게 만든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기업 정책은 소유 지배구조, 행위 통제, 제재 등이 유기적으로 연관된다"며 "한쪽에서 규제를 강화하면 다른 영역에선 풀어주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현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차등의결권 : 일부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일부 주주(창업자 등)의 지배권 강화. 미국·일본·영국·프랑스 도입.
*포이즌필 : 적대적 M&A(인수·합병)시 기존주주에게 헐값으로 주식 매입권 부여. 미국·일본·프랑스 도입.
*의무공개매수제도 : 지배 목적으로 일정비율 이상 주식 취득시 잔여주식 전량 매수 의무. 영국·프랑스 도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