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보다도 줄이 짧아요"…그많던 주총꾼들 다 어디 갔나?

"약국보다도 줄이 짧아요"…그많던 주총꾼들 다 어디 갔나?

수원(경기)=이정혁 기자, 박소연 기자, 이건희 기자
2020.03.1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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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삼성전자 주총 400여명 참석…지정좌석제 도입에 의료진도 상주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수원컨벤션센터. 주총 시작 10분 전인데도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사진=이정혁 기자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수원컨벤션센터. 주총 시작 10분 전인데도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사진=이정혁 기자

코로나19 사태가삼성전자(211,500원 ▼6,500 -2.98%)등 주요 기업의 주주총회 풍경을 지난해와 180도 바꿔 놓았다. 일부 기업은 주총장 인근 약국에서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 더 눈에 띌 정도로 개인 주주들의 주총 참석이 뚝 끊겼다.

18일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경기 수원컨벤션센터는 지난해 1000여 명이 몰린 '주총 대란'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개인 투자자들이 유독 많은 삼성전자지만 이날 주총에는 400여 명의 주주들만 참석했다.

삼성전자는 당초 지난해 같은 혼잡을 막기 위해 10년 만에 처음 외부 장소를 빌려 주총장을 꾸렸다. 이날 수원컨벤션센터에 삼성전자가 마련한 좌석만 1500석에 달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1/3 좌석도 채우지 못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빈자리가 많았다.

지난해에 이어 이날 주총에 참석한 개인 주주는 "삼성전자 주총에 이렇게까지 빈자리가 많은 것은 보지 못했다"며 "모든 주주에게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일일이 나눠주는 등 위생관리에 철저해 주총 준비를 상당히 신경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실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지난 5일부터 주총 당일까지 컨벤션센터를 매일 방역했다. 주총장 밖에 코로나19 대응소 3곳을 마련하고, 음압 텐트와 함께 구급차 4대도 대기시켰다. 코로나19 감염 의심 증상을 보이는 주주들의 진료를 위해 의사 3명과 간호사 7명까지 배치했다.

1층 출입구에 설치된 열화상카메라를 통과한 주주들은 라텍스 고무장갑을 낀 진행 요원들에게 비접촉 체온계로 온도를 재고 나서야 입장할 수 있었다. 주주 발언 때도 일회용 마이크 위생 커버와 길쭉한 마이크 봉이 사용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처음 지정 좌석제를 실시했다"며 "주주들의 의자 간격도 2석씩 배치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18일 오전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삼성전기 주주총회장 바깥에 발열 환자를 위한 임시 주주석이 마련돼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18일 오전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삼성전기 주주총회장 바깥에 발열 환자를 위한 임시 주주석이 마련돼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이날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삼성전기(1,155,000원 ▼15,000 -1.28%)주주총회도 지난해 절반 수준의 주주들만 참석했다. 좌석 간격을 띄워 120석의 자리를 마련했지만 다 채우지 못했다.

삼성전기는 건물 1층과 주총장이 있는 7층에 각각 발열 감지기를 비치해 2중으로 체온을 검사했다.

주주들에게 주총장 입장 전 건강상태에 대한 문진표도 받았다. 과거 14일간 중국·일본·이탈리아를 방문한 적이 있는지, 발열이나 기침 증상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발열 체크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약국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이 늘어선 모습(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사진=김휘선 기자
약국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이 늘어선 모습(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사진=김휘선 기자

이날 서울 강남구 현대해상화재보험 대강당에 열린 현대모비스 주총은 개인 주주들이 30여명 참석하는데 그쳤다. 사전에 주주들을 대상으로 전자투표를 했기 때문에 주총장을 찾은 인원은 눈에 띄게 적었다.

오전 9시에 주총장에 들어가기 위한 대기 줄이 생겼지만 바로 옆 건물의 약국에 늘어선 줄보다 훨씬 짧았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코로나와 함께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서 철수하며 주총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줄었다"고 말했다.

한편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올해 불확실한 대외 환경 속에서도 반도체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부회장은 "AI(인공지능)와 차량용 반도체 산업 성장,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투자 증대, 5G(5세대 통신) 통신망의 본격 확산으로 반도체 수요는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회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최초로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해 기업지배구조를 한층 더 개선했다"며 "외부 독립 조직으로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엄격한 준법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현대모비스 주총에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의 3년 임기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과 주주권익 보호담당 사외이사에 장영우 영앤코 대표를 선임하는 안건 등 5건의 안건이 모두 순조롭게 통과됐다.

삼성전기 주총도 올 초 취임한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에 대한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비롯해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경 사장은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김용균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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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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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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