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와 최태원, 그리고 캐스퍼[우보세]

화천대유와 최태원, 그리고 캐스퍼[우보세]

최석환 기자
2021.10.05 14:44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사진=최태원 SK그룹 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최태원 SK그룹 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가짜뉴스와 혐오의 역사, 강추합니다."

지난 2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한장에 달린 댓글에 직접 답한 내용이다. 이 사진 속엔 맛있게 끓여놓은 라면 한 그릇을 배경으로 '헤이트'란 제목의 책 한권이 담겼는데, 한 팔로워가 "회장님 저 책 추천하시나요?"라고 묻자 그가 이렇게 적은 것이다.

'헤이트'는 심리학과 법학, 미디어학, 역사학, 철학, 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혐오'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춰 참여한 컨퍼런스에서 출발한 책이다. "혐오가 만든 비극의 역사와 우리 현실 속 혐오의 교묘한 흔적들을 추적하며 새로운 변화와 대안에 눈뜨게 할 것"이란 소개글이 알려되면서 최 회장이 최근 대선판과 맞물려 정치권에 소환된 자신의 상황을 빗댄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정치권과 일부 유튜버들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시행사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와 관련해 최 회장 연관설을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 최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화천대유에 초기 자금을 댄 투자자문회사 킨앤파트너스에 돈을 빌려준 사실이 전해지면서다.

SK(349,500원 ▲7,000 +2.04%)그룹측은 "처음엔 소문이나 풍문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SK 인사들의 대장동 개발 연루 가능성을 지적하다가 마치 요즘엔 사실이 확인됐다는 취지로 도를 넘어선 허위사실(가짜뉴스)을 유포하고 있다"며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전모 변호사와 모 유튜브 채널이 화천대유의 실소유주로 최 회장을 지목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허무맹랑한 소설"이라며 경찰 고발을 시작으로 강력 대응을 경고하고 나섰다. 한 재계 관계자도 "불행하게도 무분별한 선동과 팩트 왜곡의 향연은 내년 대선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다치는 것은 정치 이해득실에 따라 걸려든 선의의 피해자들"이라고 하소연할 정도다.

대선 때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반복되는 이런 구태는 현대차(499,000원 ▼7,000 -1.38%)가 최근 출시한 경형 SUV(다목적스포츠차량) '캐스퍼'를 두고 나오는 우려와도 맞닿아있다. '캐스퍼'는 현대차의 위탁을 받아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처음 양산한 모델로 '무노조'와 '반값연봉'으로 요약된 '광주형 일자리'를 상징하며 등장부터 화제의 중심에 섰다.

특히 후보시절 공약과 취임 이후 국정과제로 '광주형 일자리 모델 전국 확산'을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온라인으로 사전구매 계약을 하면서 캐스퍼가 흥행에 성공하자 여당(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들의 줄서기가 노골화(?)됐다. 실제로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등이 줄줄이 광주 공장으로 내려가 구매 계약을 약속하며 캐스퍼 치켜세우기에 열을 올렸다.

"오랜만에 경차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경쟁력있는 신차가 나왔는데 정치권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하며 제품 경쟁력과 산업적 측면에서 의미가 퇴색할까봐 걱정스럽다"는 업계 관계자의 한숨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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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환 기자

"위대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던 셰익스피어의 말을 마음에 담고, '시(詩)처럼 사는 삶(Deep Life)'을 꿈꿉니다. 그리고 오늘밤도 '알랭 드 보통'이 '불안'에 적어둔 "이 세상에서 부유한 사람은 상인이나 지주가 아니라, 밤에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거나 다른사람의 고통을 해석하고 덮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란 글을 곱씹으며 잠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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