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속으로]'현대판 매국' 또 터졌다…반도체 기술유출 막을 방법은

[이슈속으로]'현대판 매국' 또 터졌다…반도체 기술유출 막을 방법은

이재윤 기자
2023.05.19 15:47

기술유출 처벌 절반은 집행유예·무죄로 풀려나…반도체 업계, 국외 기술유출 형사처벌 강화촉구

국가첨단기술로 지정된 '반도체 기술'이 또 털렸다. 기업들이 매년 수십조원의 비용과 노력을 들여 쌓아올린 연구개발(R&D) 금자탑이 기술유출 한 번에 무너진다. 반도체 기술을 중심으로 글로벌 패권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판 매국'으로 불리는 기술유출을 근절하기 위해 형사처벌 기준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은 기술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최근 엔지니어 A씨를 해고 조치하고 수사를 의뢰했다. A씨는 핵심 기술이 포함된 자료 수십 건을 외부 개인 메일로 발송한 혐의를 받는다. 이 중 일부자료는 다시 본인의 또 다른 외부 메일 계정으로 2차 발송한 뒤 보관하다가 적발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사 징계와 민형사상 법적 조치 등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연말부터 확인된 삼성전자 기술유출 사례만 3건이다. 재택근무 기간에 주요 기술자료를 빼돌리고 해외로 이직을 준비하다 적발된 B씨는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또 다른 C씨는 국내에서 이직을 준비하며 벌인 기술유출 행위가 적발돼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올해 초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된 반도체 웨이퍼 연마제(CMP 슬러리) 유출 사례도 있었다.

최근 미·중 패권다툼이 벌어지면서 기술유출 시도는 더욱 대담해 지고 있다. 과거 은밀하게 접촉했던 브로커들이 이제는 대놓고 해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공장 앞으로 찾아와 연봉의 3~4배를 제시하며 영입을 시도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반도체 인력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막무가내식이 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실리콘 웨이퍼./자료=머니투데이DB
실리콘 웨이퍼./자료=머니투데이DB

기술유출에 따른 타격은 상당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해 산업보안 전문가 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기술유출에 따른 연간 피해규모를 56조2000억원으로 추산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6년간 국외로 기술유출 된 건수는 117건이며, 반도체 등 국가핵심기술 사례가 36건(30.7%)이다.

반도체 업계는 솜방망이 처벌을 기술유출이 반복되는 가장 큰 이유로 손꼽는다. 국가핵심기술 해외유출의 법정형은 징역 3년 이상 최대 30년, 영업비밀은 최대 징역 15년이다. 하지만 실제 처벌 수위는 상대적으로 낮다.

대검찰청 '기술유출 범죄 양형 기준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산업기밀 유출 사건으로 재판을 받은 835건 중 집행유예 301건(36%), 무죄 191건(22.87%) 등이 절반을 넘는다.

처벌이 위협이 되지 않으니 기술자 개인의 양심과 윤리밖엔 기댈 데가 없다. 한 관계자는 "중국 등 기술유출 브로커들이 연봉 2~3배는 기본이고 핵심기술에 대해선 수십~수백억원까지 제안하기 때문에 '한 탕하고 은퇴하자'고 결심하는 경우가 생기는 듯 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는 기술유출 양형기준을 상향시켜야 한다고 꾸준히 목소리를 냈다. 소를 잃고 난 최근에서야 외양간 고치는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검찰은 기술유출에 대한 기본구형을 국외유출은 7년, 산업기술 5년으로 제시했다. 지난달 새로 구성된 제9기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다음달 첫 전체회의에선 기술유출 관련 논의 여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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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기자

안녕하세요. 스토리팀 이재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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