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네이탄 로젠버그 인시그니엄 창업자 겸 대표, "한국의 성장 DNA...미국 기업도 배워야"

"1953년 이후로 여러분의 나라가 이뤄낸 것은 정말 놀랍고 대단한 일입니다. 그래서 이런 성과와 어떤 방식으로든 연관될 수 있다는 건 제게 큰 영광입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인시그니엄(Insigniam)의 공동창업자인 네이탄 로젠버그 대표가 오는 4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서울호텔에서 열리는 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GK인사이츠: 이사장 백용호) 기업성장포럼 기조강연을 위해 방한하기에 앞서 최근 머니투데이와 가진 화상인터뷰에서 밝힌 소회다.
로젠버그 대표는 1974년 미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해군조종사로 근무하면서 24명의 생명을 구하는 등 공을 세운 후 전역해 미 국방부장관 행정지원관과 미국 상원 다수당 원내 대표의 국방고문 등을 지냈다. 그는 공군에서 공부한 경영학을 기반으로 기업경쟁력 강화 컨설팅에 뛰어들어 성공한 인물이다.
그는 엑슨모빌의 전 CEO이자 전 미국 국무장관인 렉스 틸러슨(Rex Tillerson), 그리고 전 CIA 국장과 국방장관을 지낸 로버트 게이츠(Robert Gates) 등 공화당 정치인과 깊은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로젠버그 대표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후 관세전쟁 와중에 한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이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꼭 알아야 할 다섯 가지를 이번 인터뷰에서 밝혔다.
-몇 차례 한국을 방문했고, 한국의 몇몇 기업과 관련해 컨설팅 경험을 했다고 들었다. 그 경험에 대해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저는 한국을 매우 활기찬 시장이라고 생각하고, 한국 사람들이 정말 열심히 일한다고 본다. 무언가를 만들어 나가는 의지가 있다. 한국인은 똑똑하며 매일 단순히 지시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하며 일한다. 저는 이런 점이 한국 문화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확인해왔다.
저는 남부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데 한국의 많은 기업의 미국 본사가 제 집에서 멀지 않은 몇 마일 거리에 있다. 그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 매우 성공적이고 경쟁력이 뛰어나다. 한국 기업과 함께 일할 때마다 그런 모습을 봤다. 미국 시장 내에서는 경쟁우위를 보여 성공한 한국 기업이 매우 많다.
저는 한국의 국민성, 즉 국가 문화가 그런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미국 내 한국 기업들이 겪는 문제들 중 많은 부분이 언어 문제와 관련이 있다. 한국계 미국인 이외에는 한국어를 할 줄 아는 미국인이 많지 않다. 이것이 저희가 테네시(A기업 컨설팅)에서 겪은 컨설팅 경험에서 확인한 가장 큰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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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기업 문화가 아니라 한국의 국가문화가 근본적으로 혼란스러운 면이 있다. 한국은 고위 경영진이 방향을 제시해주기를 기대하는 반면, 미국 근로자들은 자율성을 원한다. 이 때문에 한국 기업이 미국에 진출할 때 문화 충돌이 발생한다.
저는 한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것도 알고 있고, 동시에 미국 기업들도 한국 기업들로부터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8만 50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직 혁신 프로그램을 수행했다고 들었다. 또 최근 한국 기업의 미국 공장 구축 과정에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주요한 교훈이 있다면 ?
▶다섯 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다. 첫째, 언어 차이가 큰 문제다. 둘째, 기업 문화의 차이이고 셋째는 국가 문화의 차이 역시 상당히 큰 장애물이다. 넷째, 합작법인 내에서 의사결정 권한에 대한 명확성이 부족했던 점도 큰 문제다. 다섯째는 미국 회사와 한국회사 경영진이 힘을 합쳐 조인트벤처를 하나의 독립된 팀으로 만드는 독립성 인식의 부족 등이다. 이 다섯 가지 포인트가 해결이 돼야 모든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한국에 대해 15%의 관세를 부과했고,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한미 정상회담 후 1500억달러 추가)의 미국 투자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인시그니엄에게도 할 일이 많아진 것 같은데, 미국에 투자를 계획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조언한다면.
▶조선업체, 반도체 회사, 자동차 제조사, 그리고 배터리 회사들도 그렇고, 일부 바이오텍과 제약회사들의 투자 얘기를 들었다. 우선 연방정부뿐만 아니라 주 정부와 지방 정부와도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공장을 어디에 둘지 그리고 미국 내 기업 본사를 어디에 둘지 정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지방 정부가 정말 중요해진다. 연방 정부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지방 정부와 주 정부의 중요성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유명 소비재 브랜드, 스포츠 의학 기업, 그리고 컴퓨터 제조업체 등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해온 것으로 안다. 그 중 한 기업은 3년 만에 주주 가치가 600% 이상 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렇게 눈에 띄는 기업가치 상승의 핵심 전략은 무엇인가?
▶좋은 질문이다. 그 회사는 말하자면 스스로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었다. 본질적으로는 창업자들의 '자만심(hubris)' 때문이었다. 그들은 모든 해답을 자신들이 갖고 있다고 생각했고, 혁신을 멈췄으며 시장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했다.
결국 주주들은 뭔가 바뀌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고 이사회는 창업자들을 존중하긴 했지만 새로운 CEO로 교체했다. 새 CEO는 회사의 발목을 잡고 있던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기업 문화'라는 걸 깨달았다. 저희가 시작한 지점도 바로 그 문화였지만 흔히 조직 혁신이 그러하듯 시작은 꼭 최고경영진에서부터 이루어지는 건 아니었다.
처음 그 회사에 갔을 때 영업 담당자들이 했던 말은 "우리는 고객에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묻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려준다"였다.
제가 처음 그 회사에 가서 '경쟁 우위로서의 기업 문화', 즉 기업 문화를 전략적으로 설계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3년 반 동안 그 기업의 컨설팅이 끝났을 무렵 주주 가치는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아마 그 시기에 가장 성공적인 투자 중 하나였을 것이다. 핵심은 기업 문화를 '엔지니어 중심 문화'에서 '고객 중심 문화'로 바꾼 것이다.

-1975년부터 1978년 사이에 24명의 생명을 구한 것으로 안다. 또 불법 마약을 실은 밀수 선박 5척을 나포하신 일도 있다고 들었다. 높은 긴장 상황에서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 했던 군 복무 경험이 이후 변화 관리와 조직 혁신업무에 어떤 도움을 줬나?
▶제가 비행학교를 마치고 황금 날개(Gold Wings)를 받은 후 저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해상 구조 부대에 배치됐다. 마이애미에 기지를 둔 그 부대는 마이애미와 쿠바, 그리고 바하마 사이의 해역의 위험지역을 커버했다. 배가 침몰하거나 침수 중인 경우에는 헬리콥터에 올라타고 출동해서 그들을 찾아 구조했고, 마약을 실은 배를 차단했다.
국방장관을 보좌할 때는 아마도 중앙정보국(CIA)이 직접 다루는 것 외에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밀 자료를 담당했다. 그 경험이 사업에도 직접적으로 이어졌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구조 임무에서는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 완벽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반드시 행동해야 한다. 모든 정보를 다 얻을 때까지 주저해서는 안된다. 이것이 바로 비즈니스의 본질이다. 비즈니스는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데 군복무 경험이 정말 큰 도움이 됐다.
-미국 공군사관학교에서 당신의 이름을 딴 경영 관련한 상을 제정했다고 들었다. 본인 이름을 딴 상이 있다는 것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저의 공군사관학교에서의 교육은 정말 귀중한 경험이었고, 단순히 학문적인 것만이 아니었다. 당시 미국 전역에서 온 다양한 배경과 수준의 젊은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일하면서 모두와 잘 어울리는 법을 배워야 했다. 아마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일 것이다.
또한 저는 끊임없이 도전받았다. 어느 여름에는 '생존, 회피, 저항, 탈출(Survival, Evasion, Resistance, and Escape)' 프로그램을 수강했는데, 실제로 포로 수용소에 있다가 4일 동안 콜로라도 산 속을 먹을 것도 없이 도망쳐야 했던 경험이 있다. 정말 값진 배움의 시간이었다.
처음으로 미국 밖으로 여행도 다녀왔다. 저는 미국 납세자들에게 빚을 졌고 그 빚을 갚기 위해 28년 동안 매 학기 공군사관학교 경영학과의 사관생도들과 며칠씩 시간을 보내며, 제가 학교에서 배운 실용적인 교훈들이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지 나누고 있다.
특히, 사관생도들이 4학년 때 듣는 '캡스톤(Capstone)' 수업이 있는데, 이 수업에서 학생들은 콜로라도 스프링스 지역의 자선단체와 실제로 컨설팅을 진행한다. 단순히 컨설팅을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자선단체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하는 것이다. 저는 학생들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수행하고, 고객에게 어떻게 가치를 더할지 고민하도록 돕는다.
이 과정은 단순한 일이 아니라 정말 재미있는 경험이고, 저는 학생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즐긴다. 젊은이들은 정말 똑똑하고, 그들이 던지는 질문들로부터 저도 많이 배운다. 그래서 이 관계는 일방향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쌍방향 소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