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의]실기 지적받던 HBM 시장에서 경쟁력 되찾아…내년 HBM 판매 2.5배 이상 증가 전망

삼성전자가 내년도 엔비디아에 차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4를 공급한다. AI(인공지능) 수요 폭증으로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본격화된 가운데 대표적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에서 삼성전자의 기술경쟁력이 살아났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31일 반도체 공급과 AI팩토리 구축 등을 골자로 한 엔비디아와 협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전날과 이날 연속으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와 회동하고 협력 확대 의지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삼성전자와 엔비디아는 메모리 공급, 파운드리 협력뿐만 아니라 제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향후 AI 팩토리 전환을 위해 5만 여개의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를 도입할 예정이며 엔비디아에도 HBM3E, HBM4 등 최첨단 고성능 메모리 솔루션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도 이날 언론 보도자료에서 삼성전자를 HBM4의 핵심 공급협력사(a key supply collaboration for HBM3E and HBM4)로 표현했다.
업계에 따르면 5세대 HBM3E는 현재 엔비디아에 양산 판매 중이고 내년도 생산분 6세대 HBM4도 전량 판매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 발표 경영설명회를 열고 내년도 HBM 시장은 공급을 아무리 늘려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AI 가속기 등에 필수적인 HBM은 엔비디아가 최대 고객사로서 삼성전자가 차세대 제품 공급에 성공했다는 건 기술력 회복을 의미한다. 원래 HBM은 삼성전자가 2017년 업계 최초로 8단 적층 HBM2를 상용화시키는 등 기술력에서 앞섰으나 AI 시대에 따른 수요 폭발을 예측하지 못하고 기술개발 등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 결과 HBM3, HBM3E 등에서는 SK하이닉스가 선두업체로 시장을 장악했고 삼성전자는 뒤늦게 따라붙는 신세가 됐다.
하지만 이번 HBM4 공급으로 기술 경쟁력을 다시 입증했다. 황 CEO는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에 참석해 삼성전자의 첨단 칩 생산 능력에 대해 "삼성전자의 기술력에 강한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GPU 성능 경쟁이 심화돼 주요 고객사들이 더욱 높은 성능의 HBM4를 요구하고 있으며 삼성은 고객들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10나노 6세대 1c 제품을 기반으로 경쟁사보다 앞선 성능을 구현했으며 종합반도체 기업으로서 로직다이부터 패키징까지 전 공정을 일원화할 수 있어 생산성 측면에서도 우위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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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급증하는 HBM4 수요에 차질 없이 대응하기 위해 D(10나노 6세대) 1c 캐파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내년 HBM 판매량은 2.5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이미 HBM3E는 3분기 판매량이 2분기 대비 1.8배 이상 증가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엔비디아는 30년 가까운 협력관계를 이어왔다. 양사의 오랜 협력 스토리가 AI시대에 동반자로서 신뢰 구축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밤 황 CEO는 이 회장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지포스(GeForce) 게이머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1996년 한국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며 고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과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직접 황 CEO에게 편지를 써 한국으로 초대했다. 황 CEO는 편지를 소개한 뒤 "한국은 엔비디아의 심장부에 있고 여러분은 엔비디아의 '시작(origins)'에 자리하고 있다"며 "여러분 덕분에 엔비디아가 존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 메모리는 엔비디아가 1995년 처음 출시한 그래픽 카드 'NV1'에 이어 1997년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둔 'RIVA 128'에 탑재됐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도 협력해왔다. 삼성전자는 2016년 지포스 라인업의 일부 핵심 칩을 14나노 핀펫 공정(FinFET, 3차원 트랜지스터 구조로 뛰어난 고성능·저전력 특성을 구현할 수 있는 공정)으로 양산했으며 이 때부터 삼성전자와 엔비디아는 단순 부품 공급 관계를 넘어 칩 설계-제조 파트너로 발전했다. 엔비디아는 2020년에도 삼성전자에 파운드리(8나노 공정) 물량을 맡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