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50% 목표에 업계 우려…"테슬라·BYD만 키운다"

전기차 50% 목표에 업계 우려…"테슬라·BYD만 키운다"

임찬영 기자
2026.01.06 14:10
지난해 9월 9일 서울 여의도 도로에서 전기차가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해 9월 9일 서울 여의도 도로에서 전기차가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가 2030년까지 전기차·수소차 등 무공해차를 중심으로 저공해차 판매 비중을 50%까지 확대하겠다는 보급 목표 개정안을 고시한 가운데 완성차 업계를 중심으로 목표가 현실성과 괴리가 크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전환 속도가 아직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목표치만 빠르게 상향될 경우 수입 전기차 업체에 유리한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6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5일 연간 '저공해자동차 및 무공해자동차 보급 목표 개정안'을 고시했다. 개정안은 저공해차 판매 비중을 올해 28%에서 2027년 32%, 2028년 36%, 2029년 43%로 단계적으로 높인 뒤 2030년에는 50%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지난해 실제 판매 비중을 감안할 때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전동화 전환에 가장 적극적인 현대자동차그룹조차 현재 판매 구조와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 지난해 현대차의 연간 내수 판매량 71만2954대 가운데 무공해차 비중은 전기차 5만4034대 수소전기차 5678대를 포함해 8.37%에 그쳤다. 기아 역시 전체 내수 판매량 54만8205대 중 전기차는 6만820대로 11.1% 수준에 불과했다.

정부는 2028년까지는 보급 목표 산정에 저공해차인 하이브리드차도 포함된다는 입장이지만 하이브리드차 판매 실적은 1대당 0.3점만 인정된다. 하이브리드차 4대를 판매해야 전기차나 수소차 1대를 판매한 것으로 인정되는 셈이다. 목표에 미달할 경우 자동차 제조사나 수입사는 기여금을 부담해야 하고 소비자에게 지급되는 구매 보조금도 줄어들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보급 목표만 빠르게 상향될 경우 전기차만 판매하는 업체가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테슬라와 BYD 등 수입 전기차 업체들이 정책 효과를 직접적으로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수입 전기차 비중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수입 전기차 판매량은 9만1253대로 전년 동기 대비 84.4%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전기차 판매량은 22만897대(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로 수입 전기차 비중은 단순 추산 시 41.3%에 달한다. 수입 전기차 비중은 2022년 25%에서 2023년 29.2% 2024년 36.1%로 해마다 확대되고 있다.

같은 기간 테슬라의 국내 누적 판매량은 5만5594대로 전체 수입 전기차 판매량의 66.1%를 차지했다. 지난해 판매된 수입 전기차 절반 이상이 테슬라였던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구조에서 보급 목표가 강화될 경우 테슬라의 시장 지배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BYD까지 국내 시장에서 공격적인 판매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BYD는 글로벌 시장에서 대규모 생산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업체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앞세워 해외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해 왔다. 최근 한국 시장 진출을 예고하며 전기차 라인업 확대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은 "주행거리와 충전 인프라 등을 고려하면 아직은 개인이 전기차를 신차로 구매하기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정부가 판매 비중 목표를 비현실적으로 설정한 측면이 있다"며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나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EREV)에도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전동화 전환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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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영 기자

산업1부에서 자동차, 항공, 물류 산업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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