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트너, 올해 PC·스마트폰 출하량 10년만에 최저 전망..중국 스마트폰 업체 사업 철수설까지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면서 글로벌 IT 시장의 지형이 흔들리고 있다. PC와 스마트폰 가격이 잇달아 오르고, 일부 제조사는 신제품 출시를 중단하거나 사업 철수까지 검토하는 상황이다. '메모리 위기'가 부품 가격 문제를 넘어 산업 구조를 바꾸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27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메모리 가격 급등 여파로 올해 글로벌 PC 출하량은 지난해 대비 10.4%, 스마트폰 출하량은 8.4% 감소할 전망이다. 가트너는 "올해 PC와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 10여 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말까지 D램과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가격은 합산 기준 130%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가격 상승 영향으로 PC 가격은 17%, 스마트폰 가격은 13% 오를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시장에서는 '메모리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날 진행된 델 테크놀로지스의 실적 발표에서 제프리 클라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현물 시장에서 지난 6개월간 D램 가격은 5.5배, 낸드는 4배 가까이 상승했다"며 "업계에서는 전 분기 대비 2분기 가격이 20~50%, 3분기 5~15%, 4분기 5~10% 추가 상승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래된 파트너와 협력하며 장기공급계약(LTA)을 체결 중"이라며 "메모리 제조사와의 가격 협상을 통해 최대한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10일 서버 사업 전체의 가격 체계를 변경했고, PC 사업에서도 지난달 6일 가격을 인상했다"고 밝혔다.
PC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6%에서 올해 23%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델뿐 아니라 대부분의 PC 제조사가 가격 인상에 나섰다. 세계 최대 PC 업체 레노버는 북미 유통 파트너사에 기업용 제품 가격을 다음 달 초 인상하겠다고 통보했고, 삼성전자(216,500원 ▼1,500 -0.69%)와 LG전자도 신형 노트북 가격을 올렸다.
원가 상승을 흡수하기 어려운 보급형 제품의 타격은 더 클 전망이다. 가트너는 "500달러(약 70만원) 미만 보급형 PC 시장은 2028년까지 사실상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클라크 COO는 "고객이 '메모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고도화된 아키텍처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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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업체 메이주는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신제품 출시를 중단했고, 사업 철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고가 제품 시장에서 경쟁력 약화와 원가 압박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이날 사전 예약을 시작한 '갤럭시 S26' 시리즈 역시 가격이 인상됐다. 기본 모델은 전작 대비 약 10만원 올랐고, 울트라 1TB 모델은 30만원 이상 상승했다. 저장 용량이 클수록 메모리 가격 상승의 영향이 크게 반영되는 모습이다.
메모리 급등은 AI 산업에도 부담이다. AI 연산 프로세서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사업보고서에서 리스크 요인으로 "메모리 제조업체 수가 제한적"이라고 명시하며 공급 불확실성을 언급했다.
아울러 "특정 부품에 대해 취소 불가 재고 주문을 발주할 수 있고, 공급과 생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프리미엄 지급이나 보증금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혀 메모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