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8일 서울 강동구 더리버몰에서 강원 춘천시 플로팅플로우 카페까지 왕복 112㎞ 구간에서 현대자동차 더 뉴 그랜저를 시승했다. 직접 타본 더 뉴 그랜저는 단순히 디자인을 손본 부분변경 모델이라기보다 현대차(723,000원 ▲46,000 +6.79%)가 생각하는 미래형 대형 세단에 가까웠다. 현대차가 처음 적용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와 생성형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글레오 AI'를 통해 그랜저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운전석에 앉자 가장 먼저 시선을 끈 것은 넓어진 디스플레이 구성이었다. 17인치 중앙 디스플레이는 기존 대형 세단의 무게감보다 디지털 기기 같은 직관성을 강조한다. 내비게이션과 미디어 화면을 나눠 볼 수 있어 주행 중 필요한 정보를 한눈에 확인하기 쉽다. 운전자의 전방 시선이 닿는 위치에는 슬림 정보창이 별도로 배치됐다. 차속과 변속단, 경로 정보를 따로 보여줘 시선 분산을 줄이려는 의도다.
플레오스 커넥트는 더 뉴 그랜저의 실내 경험을 바꾼 핵심 요소다. 앱마켓을 통해 차량 전용 서드파티 앱을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고 향후 앱 생태계도 확대될 예정이다. 김도한 현대차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개발팀 책임연구원은 "현재 11개의 서드파티 앱이 적용돼 있다"며 "개방형 생태계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2026년 안에 최소 두 자릿수 이상의 앱을 추가로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시승 중 가장 자주 손이 간 기능은 글레오 AI였다. 단순히 정해진 명령어를 수행하는 음성인식에서 벗어나 맥락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창문 제어나 공조 조절 같은 기본 기능은 물론 운전석에서 창문을 열고 동승석에서 "나도"라고 말하면 위치와 상황을 반영해 동승석 창문을 여는 식의 사용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이장선 현대차 음성인식개발팀 책임연구원은 "단순히 단발성으로 차량을 제어하는 것 외에 맥락을 이해하면서 차량 제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모든 차량 기능이 음성 명령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같은 첨단운전자보조기능(ADAS)이나 일부 등화류, 주유구 제어 등은 법규와 안전성 검토가 필요한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이 책임연구원은 자율주행 관련 기능에 대해 "기능 검증과 법무 검토가 충분히 이뤄져야 하는 단계"라며 "추후 적용 계획은 있지만 아직 적용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향후 제공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차를 움직이기 시작하자 기존 그랜저의 안락한 성격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고속도로와 일반도로가 섞인 시승 구간에서 차체 움직임은 차분했다. 방지턱이나 요철을 지난 뒤 남는 출렁임이 줄었고 고속 주행 때도 큰 차체가 안정적으로 움직였다. 황철호 현대차 MLV총합시험팀 책임연구원은 "기존 그랜저의 컴포트한 캐릭터는 유지하되 고속에서의 모션과 방지턱을 지난 뒤 여진을 줄였다"며 "조금 더 세련되고 단정한 모션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승차감 변화는 단순한 체감에 그치지 않았다. 황 책임연구원은 "스프링 강성을 낮추고 댐퍼 감쇠력을 높여 고속에서 모션이 더 정돈되도록 튜닝했다"며 "신규 HRS(유압식 리바운드 스토퍼)도 적용해 차량 모션과 승차감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기존 20인치 휠 사양에만 적용됐던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도 19인치까지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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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은 큰 폭의 변화보다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쪽에 가깝다. 15mm 길어진 프론트 오버항과 얇고 긴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는 차를 더 낮고 넓어 보이게 한다. 실내는 안락한 라운지 감성에 디지털 요소를 더했다. 더블 D컷 스티어링휠은 처음에는 낯설지만 슬림 정보창을 가리지 않도록 설계된 요소라는 점에서 실내 변화와 맞물린다. 하정연 현대차 MPLV프로젝트3팀 책임연구원은 "소프트웨어에 걸맞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디자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 비전 루프는 뒷좌석에서 더 크게 체감되는 변화였다. 기계식 블라인드 없이 PDLC 필름을 활용해 루프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어 개방감이 크다. 하 책임연구원은 "기존 파노라마 루프의 블라인드를 닫은 상태와 동등한 수준의 열감 저감 성능을 확보하고자 테스트를 진행했다"며 "손을 직접 댔을 때 따뜻하게 느낄 수는 있지만 이는 체감상의 문제이고 정량 성능과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