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이 만들어달라" 젠슨 황 한마디에…메모리값 또 뛴다

"더 많이 만들어달라" 젠슨 황 한마디에…메모리값 또 뛴다

김남이 기자
2026.06.08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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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시장 2년 만에 3.5배 성장…HBM4 본격 생산, 메모리 제조사 가격 협상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의 한 고깃집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이른바 '삼소(삼겹살·소주) 회동' 도중 밖으로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조성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의 한 고깃집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이른바 '삼소(삼겹살·소주) 회동' 도중 밖으로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조성우

"더 많은 HBM(고대역폭메모리)!"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차세대 AI(인공지능) 플랫폼의 메모리 수요 확대를 예고하면서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HBM4(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생산 확대와 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맞물리면서 메모리 업체들의 가격 협상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메모리 시장 매출은 지난해보다 163.1% 증가한 5947억달러(약 91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7904억달러(약 1216조원)까지 확대돼 2년 만에 시장 규모가 3.5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D램 시장 매출만 4186억달러(약 64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329,000원 ▼22,500 -6.4%), SK하이닉스(2,070,000원 ▼228,000 -9.92%),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3사의 생산량 확대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매출 증가는 상당 부분이 가격 상승에서 비롯됐다. AI 메모리 수요 급증으로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DDR(더블데이터레이트)5 16Gb(기가바이트) 제품의 평균 계약가격은 37.5달러로 6개월 전보다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신규 AI 제품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지난 5일 한국을 찾은 황 CEO는 서울 홍대 인근 고깃집에서 진행된 '삼겹살 회동'에서 취재진에게 "한국에 네 개의 새로운 사업을 선물로 가져왔다"며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루빈 △베라 CPU(중앙처리장치) △차세대 AI PC인 RTX 스파크 △자율주행차용 로보틱스 프로세서 젯슨 토르 등을 언급했다.

메모리 제조 3사의 HBM 비중 추이/그래픽=김지영
메모리 제조 3사의 HBM 비중 추이/그래픽=김지영

신제품은 기존보다 더 많은 메모리가 필요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황 CEO는 베라 루빈에 대해 "많은 HBM과 많은 LPDDR(저전력D램)을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더 많은(More) HBM!"을 외치기도 했다. 황 CEO가 방한 직전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에서 SK하이닉스의 HBM 실물 웨이퍼에 '더 만들어 달라(Please Make More)'는 문구를 남긴 것의 연장선이다.

HBM4도 본격 생산된다. 황 CEO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모두 자격 심사를 통과했으며 현재 HBM4를 생산하고 있다"며 "모두 베라 루빈 공급을 위해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라 루빈이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하면 HBM4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내년 HBM4가 HBM 시장의 주력 제품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본다.

다른 빅테크 기업도 HBM 확보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브로드컴은 지난 3일(현지시간) 실적발표에서 "공급을 확보하는 일은 단순히 돈을 더 투입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며 "2026년과 2027년에 필요한 HBM 공급을 확보한 것에 매우 만족한다"고 밝혔다. 브로드컴은 현재 2028년과 2029년 공급 계획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HBM 생산 예정 물량은 사실상 판매가 완료된 상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난강 전시장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 SK하이닉스 부스에서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 제품 ‘HBM4E 웨이퍼’에 사인을 남겼다.(SK하이닉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사진=뉴스1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난강 전시장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 SK하이닉스 부스에서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 제품 ‘HBM4E 웨이퍼’에 사인을 남겼다.(SK하이닉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사진=뉴스1

HBM뿐 아니라 LPDDR 등의 수요도 늘고 있다. 엔비디아의 베라 CPU와 AI PC용 RTX 스파크에는 LPDDR이 탑재된다. AI 인프라와 AI PC 시장이 동시에 성장하면서 메모리 수요 기반이 더욱 넓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HBM 생산 확대는 일반 D램 생산에 영향을 미친다. HBM은 일반 D램보다 더 큰 웨이퍼 공간이 필요하다. 같은 생산라인에서 HBM 생산 비중이 높아질수록 일반 D램 생산량은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이른바 '크라우딩 아웃(crowding out)'이 나타날 수 있다. 트렌드포스는 전체 D램 웨이퍼 투입량 가운데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말 22%에서 내년 말 3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AI용 메모리 생산 비중이 높아지면서 일반 D램 공급 여력은 더욱 줄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 업체들의 가격 협상력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내년 HBM4 공급 계약 협상에서 가격 인상 압력이 크게 작용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HBM 공급 부족과 범용 D램 생산 감소가 맞물리면서 향후 HBM 가격이 현재보다 수배 수준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D램 가격이 급등하면서 일부 제품군에서는 범용 D램의 수익성이 HBM을 웃도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며 "HBM의 생산 원가가 높은 만큼 새롭게 체결되는 계약에서는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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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이 기자

인간에 관한 어떤 일도 남의 일이 아니다. -테렌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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