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입찰 상한가 낮추지 말아야…보급 오히려 늦어질 수도"

"해상풍력 입찰 상한가 낮추지 말아야…보급 오히려 늦어질 수도"

권다희 기자
2026.10.19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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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해상풍력은 정말 비싼가?' 세미나
낙찰 물량 중 착공 14.5% 불과
일본도 사업 무산 후 상한가 인상

준공을 앞둔 전라남도 영광군 낙월해상풍력 시공현장/사진=권다희 기자
준공을 앞둔 전라남도 영광군 낙월해상풍력 시공현장/사진=권다희 기자

국내 해상풍력 보급을 위해 정부가 올해 하반기 고정가격 경쟁입찰 상한가격을 과도하게 낮춰선 안 된다고 한국풍력산업협회(이하 풍력협회)가 19일 밝혔다. 국내 해상풍력 시장과 공급망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입찰 상한가격부터 낮추면 사업 포기와 투자 위축을 불러 보급을 오히려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최덕환 풍력협회 대외협력 실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한국 해상풍력은 정말 비싼가?' 세미나에서 "입찰가격이 실제 비용을 따라가지 못해 입찰이 실패하면 보급이 지연되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업계에서 원하는 것은 하반기 입찰 상한가를 동결해 달라는 것"이라며 "내리더라도 1원 정도로 인하 폭을 최소화해 달라"고 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장기계약 기간을 현행 20년에서 25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같은 요구는 해상풍력 보급 초기에는 사업이 실제로 진행될 수 있는 가격 여건을 마련해 시장부터 형성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발전단지가 꾸준히 건설돼야 공급망이 형성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도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해상풍력 보급 규모는 약 0.3GW로, 유럽 주요국에서 가격 인하가 본격화한 시점의 보급 규모인 1~3GW에 못 미친다.

반대로 이런 기반이 갖춰지기 전에 입찰 상한가부터 낮추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사업자가 입찰을 포기하거나 사업을 중단해 보급과 비용 절감이 모두 늦어질 수 있다는 게 협회의 주장이다.

풍력협회에 따르면 국내 해상풍력 경쟁입찰에서 낙찰된 사업은 입찰이 시작된 2022년부터 현재까지 총 20건, 5.9GW(기가와트)다. 그러나 실제 착공으로 이어진 사업은 준공 사업을 포함해 3건(0.86GW), 14.5%에 불과하다.

개발사는 낙찰 이후에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한 자금 조달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자재·시공비나 금융비용이 오르거나 환율이 변동하면 입찰 당시 예상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낙찰 물량을 늘리는 것만큼 사업이 실제 착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협회는 금융비용과 환율 변동에 따른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가격 인하를 추진하는 데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는 해상풍력 가격을 2025년 킬로와트시(kWh)당 330원에서 2030년 250원, 2035년 150원으로 낮춘다는 목표를 밝혔다. 경쟁입찰 상한가도 2025년 상반기 176.6원에서 올해 상반기 171.2원으로 낮아졌다.

최 실장은 저가 낙찰 이후 사업자가 철수한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쓰비시상사 주도 컨소시엄은 2021년 일본의 첫 해상풍력 입찰에서 확보한 3개 사업에서 2025년 8월 철수했다. 낙찰 이후 비용이 뛰며 사업성이 악화한 탓이다. 일본 정부는 결국 해당 해역의 재입찰을 추진하게 됐다. 낮은 가격에 사업자를 선정해도 실제 건설로 이어지지 않으면 보급 일정이 늦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비용 인하를 뒷받침할 국내 공급망도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게 풍력협회의 진단이다. 최 실장은 "최근 국내 터빈 기업들이 개발사와 입찰에 참여하면서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국내 타워 공급업체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했다.

협회는 국내 해상풍력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확신하지 못한 일부 공급업체가 관련 사업에서 물러나거나 투자를 유보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안정적인 수주 물량이 확보되면 생산을 재개할 의향은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를 기대하며 투자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 실장은 이런 상황에서 시장 여건과 무관하게 입찰가격을 낮추면 국내 공급망이 먼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개발사들은 자신의 마진부터 줄이는 것이 아니라 공급망에 먼저 가격 인하를 요구하게 된다"며 "적정 수익을 거둘 수 없으면 사업을 포기하거나 값싼 외산 기자재와 서비스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과 수익이 사라진 국내 공급망은 생산과 장비 투자를 이어갈 수 없다"며 "결국 에너지 안보와 산업 육성, 탄소중립이라는 목표가 모두 위협받을 수 있다"고 했다.

결국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도 사업이 꾸준히 진행되는 시장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 실장은 "충분한 공급망과 인프라, 일정 규모 이상의 시장이 갖춰져야 장비 투자가 이뤄지고 공급망 비용도 낮출 수 있다"며 "그것을 통해 비로소 가격이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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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머니투데이 산업1부 권다희입니다. 산업과 지역의 녹색전환, 재생에너지 분야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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