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전략 궤도 수정.."현지화만이 살길

#"살아있는 사람에게 돌 위에서 자라구요?"
러시아 모스크바에 '해외 1호 백화점'의 첫 깃발을 꽂은 롯데백화점이 '돌침대'를 매장에 내놓았더니 현지인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온돌이 깔려 따뜻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돌침대가 한국 사람들에겐 고가의 웰빙 상품이지만 모스크바 사람들에겐 '돌무덤'을 연상시키는 희한한 물건일 뿐이었다.
#롯데백화점은 중국 베이징에 첫 백화점을 열면서 화장실도 최고급으로 만들었다. 중국엔 좌변기 보다 바닥에서 해결하는 수세식 변기가 더 일반적이지만 고급 백화점인 만큼 최신 좌변기는 기본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현지 중국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좌변기가 영 마뜩찮은 눈치였다.
글로벌전략을 펴고 있는 롯데백화점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현지화의 힘겨운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당초 해외 점포를 열면서 '국내 1위 백화점'이란 자부심과 노하우를 담은 '한국형 백화점'으로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현지인들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결국 철저한 '현지화'만이 살 길이라고 판단, 실패로부터 배우겠다는 일념 하에 궤도를 수정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국내 최초로 2007년 9월 모스크바 심장부인 뉴아르바트에 백화점을 열었다. 총 지하 4층, 지상 21층 규모로 백화점은 물론, 오피스텔, 호텔까지 들어선 복합빌딩이다. 이중 지상 7층까지가 백화점 매장이다.
개점해 놓고 보니 현지인들이 4층 이상의 고층으로 올라갈 생각을 안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땅 덩어리가 넓어 대부분 '저층' 건물인 현지 사정을 감안하지 못한 결과였다. 결국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말 컨설팅을 의뢰, 매장은 저층부 위주로 운영하고 지상 4층 이상의 고층부에는 러시아인들이 좋아하는 '까페' 등 편의시설을 선보였다. 야외테라스까페, 테마인터넷까페, 릴랙스룸 등 서비스 시설로 상층부쪽으로 고객 동선을 유도했다. 덕분에 상층부의 북까페, 아동브랜드 매장 매출도 늘어났다.
지하 주차장도 예상치 못한 난제였다. 고객 편의를 위해 지하 4층부터 지하2층까지 대형 주차장을 선보였지만 현지인들은 오로지 지상주차장만 선호했다. 진입통로를 개선하고 사인 설치, 주차 유도 요원 등을 통해 지금은 지하주차장 문제도 나아졌다.
독자들의 PICK!
한국브랜드를 대거 선보인 것도 문제였다. 모스크바점 오픈 당시 한국 브랜드 비율은 전체의 20% 수준이었다. 그러나 현지인들에겐 생소하다는 점을 반영, 많은 상품구성을 명품 등 해외 브랜드로 대체했다.
모스크바에 이어 지난해 7월 선보인 중국 베이징점도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제품 구성에 주안점을 두고 현지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롯데의 유통노하우와 현지의 문화와는 차이가 있다"며 "이른바 '롯데식'이 아닌 '현지식'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