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한류 시대…'K-스타일'이 뜬다

라이프 한류 시대…'K-스타일'이 뜬다

김정태 기자, 이명진, 박희진
2011.01.01 10:34

[라이프한류 신년기획]

[편집자주] 해외 여행자유화가 시행되기 전인 1983년. 새해 벽두부터 일본에서 돌아온 주부 단체관광객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끌시끌해진 일이 있었다. 이른바 일제 '코끼리표 전기밥통' 무더기 원정쇼핑 사건이었다. 전기밥통 뿐만 아니라 '워크맨', 화장품, 주방기기 등 닥치는대로 사들인 주부들의 '통큰 쇼핑'이 일본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망신을 샀다. 27년이 지난 2010년 한국은 일본인과 중국인 등 아시아인들의 '쇼핑천국'이 됐다. 환율 차이에 따른 저렴한 상품위주의 쇼핑 패턴도 한류바람을 타고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쫓으려는 럭셔리 쇼핑으로 바뀌었다. 특히 중국인들의 '메이드 인 코리아' 사랑은 80년대 한국의 일본 원정쇼핑 그 이상을 뛰어넘는 'K-스타일'의 트렌드로 굳혀지고 있다.

# 최근 친구들과 함께 서울에 온 중국인 선리칭씨(30·여)가 인천공항에 도착해 호텔에 여장을 풀자마자 직행한 곳은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의 의류 매장이다. 이들은 3시간 이상 매장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그야말로 '쇼핑 무아지경'에 빠졌다. 30대 사업가 선리칭씨는 한국 의류브랜드 '온앤온' 옷을 구입하면서 "요즘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한국 의류 브랜드가 인기"라며 "한국브랜드 옷은 품질도 좋고 디자인도 예쁘다"고 말했다.

내수 소비 위주인 유통업계에 '외국인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 사람들의 소비패턴을 따라하려는 성향 이른바 '라이프 한류' 혹은 `K-스타일`이 확산되며 패션, 뷰티, 생활용품, 서비스 등 다양한 업종에서 외국인 고객이 급증했다.

특히 중국의 신흥부유층은 '통큰 소비'로 고가 유통 채널의 대명사인 백화점에서 '큰손'으로 부상했다. 롯데백화점 외국인 전용라운지 관계자는 "지난해 성탄 연휴인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롯데백화점 본점을 방문한 중국인은 일 평균 150명인데 이들의 평균 구매금액은 일본인의 약 3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더페이스샵
사진 제공 더페이스샵

◇'옷'사는 중국인 vs '고추장' 사는 일본인

중국인과 일본인은 소비 스타일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 중국인 소비의 가장 큰 특징은 씀씀이가 크다는 점. 중국인은 주로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해외명품, 한국 의류브랜드와 설화수 화장품 등 고가 제품을 구입한다. 쿠쿠 전기밥솥, 정관정 홍삼, 자수정도 인기 쇼핑 품목이다. 롯데백화점 본점 설화수 매장의 황선화 매니저는 "일본인은 객단가가 20~30만원으로 한국인과 비슷하지만 중국인은 보통 100만 원"이라며 "한번에 400만~500만원 이상 구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인은 백화점에선 주로 '식품관'을 찾는다. 고추장, 김 등 한국 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의류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캐주얼을 선호한다. 롯데백화점 본점 식품관에서 태양초 고추장팩을 가득 사들고 나선 50대 일본인 주부 후쿠치 카오미씨는 "한국에는 싸고 품질 좋은 제품이 많다"며 "고추장을 맛봤는데 너무 맛있어서 이번에 한 아름 사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일본인 쇼핑 가이드 남덕희씨는 "한국화장품의 위상이 놀라보게 높아져서 일본인도 좋아하는 편"이라며 "설화수, 미샤, 네이처리퍼블릭 등 한국브랜드 제품이 인기고 특히 한방성분이 함유된 제품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백화점 본점에 따르면 중국인 고객은 하루 평균 200여 명 가량으로 일본인 고객의 2~3배 수준이다. 객단가 면에서도 100만원~200만원 이상 쓰는 일은 보통이고 한번에 2000~3000만원 가량 구매하는 고객이 있을 정도로 씀씀이가 크다. 중국에서 명품 화장품으로 통하는 '설화수'의 경우, 한번에 10개 이상 구매할 정도로 중국인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신세계백화점 홍보실 관계자는 "특히 중국인 고객들은 한국에서 생산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며 "중국 부자들이 자국에서 생산된 제품 보다는 상대적으로 선진국이라 생각되는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롯데백화점
사진 제공 롯데백화점

◇40만 원대 호텔 스파…고부가 서비스 관광 수요 높아

'메이드 인 코리아'를 찾는 것은 쇼핑뿐만 아니다. 한류문화, 미용, 의료 등과 연계된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고부가 관광 수요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롯데 '스타에비뉴'는 중국·일본인 관광객들의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180인치 대형 스크린으로 한류스타들의 얼굴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고 "소원을 빌어보세요"라는 멘트에 맞춰 소원을 빌 수 있는 이색 공간으로 외국 관광객들 이 사진을 찍는 필수코스다. 호텔롯데 면세점 관계자는 "한류 열풍으로 스타에비뉴를 찾는 방문객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며 "자연스럽게 면세점과 백화점 등을 둘러보게 돼 볼거리와 함께 매출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급 스파 시설을 이용하는 관광객들도 늘고 있다. 호텔신라의 겔랑스파와 반얀트리 클럽앤 스파 서울의 스파는 일본, 홍콩, 대만 등 현지매체에서 한국 관광의 '럭셔리 핫 플레이스'로 소개될 정도로 유명하다.

반얀트리 관계자는 "전체 이용 고객가운데 외국인 비율은 20%로 이 가운데 일본인들이 절반을 차지한다"면서 "도심 속에서 반얀트리 스파를 즐길 수 있다는데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반얀트리에서 얼굴과 전신 마사지를 받는 코스 가격은 45만 원에 달한다.

외국인들의 고부가 서비스 관광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관광업계에서는 관련 상품 개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시관광협회는 중국인 관광 패턴을 고급화하기 위해 국내 여행사와 함께 'VIP투어'상품을 이르면 내년 2월부터 본격화하기로 했다.

관광지와 백화점뿐만 아니라 헤어살롱, 컬러테라피숍, 검강검진센터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고부가 복합 관광 상품을 개발키로 한 것. 협회 관계자는 돱일본인에 비해 중국인들의 씀씀이가 크고 개인치장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며 "이를 투어상품으로 정착시켜 나간다면 만성적인 여행수지 적자를 줄일 수 있는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한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한류를 통한 라이프스타일 상품의 유행은 일본만큼 비싸지도 않고, 미국·유럽처럼 멀지 않다는 장점으로 인한 '틈새시장'으로서의 가치와 상대적으로 역사나 저변도가 약했던 한국 대중문화의 참신성에 기인한다"며 "라이프 스타일로서의 한류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한국 소비 시장과 상품 자체의 경쟁력을 키우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