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패션위크가 세계 5대 컬렉션이라고요? 행사장소를 못 구해서 패션쇼를 하니 못하니 하는 판국에 가당찮네요. 서울시의 간절한 바람일 뿐 세계 어디에서도 통하지 않는 얘기입니다."
지난달 22∼28일 '2012년 추계 서울패션위크'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 A패션업체 관계자가 얼굴을 붉혔다. 서울패션위크는 매년 2차례(봄·가을) 열리는데 올 봄에는 올림픽공원, 가을에는 전쟁기념관에서 각각 행사가 진행됐다. 2000년 처음 시작된 서울패션위크는 지난 11년간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열렸지만 올해는 장소 선정에 문제가 생겨 다른 곳에서 행사를 치른 것이다.
행사 주최인 서울시와 지식경제부는 해외 바이어에게 서울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시민들이 참여하는 패션축제로 만들기 위해 강남에 편중됐던 행사장을 강북 도심으로 분산 확대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부분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패션 디자이너 B씨는 "행사장소가 마땅치 않아 경기도에 있는 박물관부터 서울 어린이대공원, 서대문형무소까지 거론됐다고 들었다"며 "올해는 천덕꾸러기처럼 올림픽공원, 전쟁기념관 등으로 쫓겨다니며 겨우 행사를 마쳤지만 내년 봄엔 행사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패션위크의 존폐론이 끊이지 않는 것은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아서다. 행사때마다 장소문제가 불거지고 기준이 달라지니 '차라리 서울패션위크를 중단하자'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특히 지난 2010년 봄 행사때 서울시가 야심차게 도입했다가 올해 갑자기 폐지한 '테이크 오프'(신인 디자이너에게 패션쇼 기회를 주는 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서울패션위크는 파리, 밀라노, 뉴욕, 런던 등 세계 4대 컬렉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아시아 대표 패션행사로 키우겠다는 취지로 출발한 행사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어쩐지 길을 잃고 헤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서울패션위크만의 차별화된 이미지와 시스템부터 만들어야 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고쳐야 한다. 세계 유명 패션인들이 앞다퉈 서울을 찾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