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세월호 참사의 흔적, 그리고 다시 경제

[우리가 보는 세상]세월호 참사의 흔적, 그리고 다시 경제

송지유 기자
2014.06.05 06:4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정말 심각한 상황입니다. 기업들의 마케팅이 전면 중단되며 저희처럼 기업 홍보를 대행하는 작은 회사들은 매출이 80∼90%까지 증발했습니다. 지난달에는 직원들 월급도 절반밖에 못 줬습니다."

한 홍보대행사 사장이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지난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기업들의 행사와 홍보·마케팅이 크게 줄면서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토로였다. 이 뿐 아니다. 각종 행사·연회장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모델이나 도우미, 사진작가 중에는 수입이 끊기며 생활고를 겪는 사람들이 상당수다. 고정 수입 없이 행사장에서 부정기적으로 벌이를 하는 사람들은 생계가 끊길 위기에 처했다.

세월호 사고 50일이 지났다. 당시 참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실종자 16명을 아직 찾지 못했고, 국민들은 비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현상금 5억원을 내걸었지만 유병언 추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이 눈물까지 보이며 호소한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은 입법화까지 많은 쟁점이 있어 보인다.

경제 부문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는 세월호 충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5로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 만에 최저치다. 해당 업계의 상황은 더 구체적으로 좋지 않다. 세월호 사고 이후 초·중·고교 958곳, 24만2293명이 제주도 수학여행을 전면 취소했다. 제주도는 수학여행 뿐 아니라 각종 단체관광까지 취소돼 전세버스 등 교통부문에서만 72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순수한 교통부문에서만 이 정도다.

대형마트, 백화점 등 유통업계 매출도 직격탄을 맞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4.1%, 전월 대비 14.3% 감소했다. 백화점도 4월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1.4%, 전월 대비 7.2% 줄었다.

"생때같은 가족을 잃었는데, 장사 좀 안 되는 것은 참아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기업 실적은 투자나 고용과 직결된다는 관점으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하루 매출에 울고 웃는 서민 가계의 고통이 심각하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음식점과 여행사, 숙박업, 동네슈퍼, 택시운송 등 내수경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영세상인들은 세월호 쇼크가 장기화하면서 지금 한계 상황으로 내몰렸다. 특히 경북 경주시처럼 청소년 수련시설이 밀집한 곳의 자영업자들은 줄도산 위기다.

2011년 9.11테러 당시 미국도 공포와 슬픔에 잠겨 내수경기가 곤두박질쳤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사고 6일만에 국민들에게 "일상으로의 복귀"를 선언하며 정상적인 소비활동을 독려했다. 미국과 우리는 애도 문화가 다르지만 새겨볼 대목이다. 세월호 참사를 잊자는 것이 절대 아니다. 사고 수습과 책임자 엄벌, 방지대책 마련 등에 관심을 쏟되 소비만큼은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로 잊혀진 규제 개혁과 내수 진작에도 시동을 걸어야 한다. 이제 다시 경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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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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