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이름·일본어 대화에 배신감…'日지주사가 韓 지배' 지배구조도 한몫

"서로를 일본 이름으로 부르고 대화도 일본 말로 하고, 지주회사도 일본에 있는데 한국 회사로 생각하는 게 더 이상한 것 아닌가요?"
총수 일가간 경영권 분쟁 불씨가 국적 논란으로 옮겨 붙으면서 롯데그룹 고민이 한층 깊어졌다. 인수합병(M&A)을 통해 금융, 화학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유통, 식품 등 소비재 분야가 롯데의 근간이다. 일본기업이라는 주홍글씨가 실제 매출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롯데가 일본에서 출발해 한국으로 건너온 기업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 롯데그룹의 비약적인 성장 속에 이 같은 인식은 희미해졌다. 한국 롯데가 독자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일본 롯데의 수십 배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면서 한국 롯데가 롯데의 중심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경영권 갈등 와중에 나타난 총수 일가의 모습은 이 같은 믿음에 찬물을 끼얹었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최근 잇달아 공개한 녹취파일, 동영상, 해임지시서 등이 발단이 됐다. 대화는 모두 일본어로 진행됐고 신격호 총괄회장은 두 아들을 동주, 동빈이라는 한국 이름 대신 시게미쓰 히로유키, 시게미쓰 아키오라는 일본 이름으로 불렀다.
"일본 야쿠자들의 대화인 줄 알았다", "한국말도 못하는 사람이 무슨 한국 사람이냐", "국적만 한국이면 다 한국 사람이냐". 부자간의 은밀한 일본어 대화는 일본을 향한 미묘한 국민 정서를 건드렸고 이는 롯데를 향한 국민적 배신감으로 연결됐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도 국적논란을 부추겼다. 롯데그룹은 롯데홀딩스, L투자회사 등 일본 지주회사가 한국 지주사인 호텔롯데를 통해 롯데쇼핑, 롯데제과 등 한국 계열사 전체를 장악하는 구조다. 한국 롯데가 일본 회사의 자회사로 묶여 있는 지배구조, 특히 매년 배당금 명목으로 수백 억 원이 일본에 전달됐다는 사실은 "사업은 한국에서 하고 돈은 일본으로 가져가는 일본 기업"이라는 인식을 만들어냈다.
롯데그룹을 향한 부정적 인식은 최악 수준이다. 최근 건설 중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초대형 태극기를 내걸었지만 인터넷상에는 조롱하는 댓글이 가득하다.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 되냐", "태극기만 내건다고 한국 기업이냐", "한국기업 코스프레" 등 총수 일가에게 느낀 배신감이 그룹 전체를 향한 분노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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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녀사냥식 비판을 자제해야 한다는 반론도 커지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을 연구한 김승옥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해외에서 성공한 한국 기업가는 많았지만 한국에 롯데만큼 투자한 기업은 없었다"며 "소모적인 국적 논란이 그간의 공을 뒤엎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