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젊은여성 입술 훔친 '립글로즈'…"매출 5배 껑충" 아모레[르포]

프랑스 젊은여성 입술 훔친 '립글로즈'…"매출 5배 껑충" 아모레[르포]

파리(프랑스)·런던(영국)=조한송 기자
2025.10.26 10:30

[K웨이브 올라탄 K이니셔티브 현장을 가다]<5-K뷰티 대장정>아모레퍼시픽①유럽 MZ 사로잡은 라네즈

[편집자주]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재도약과 도태의 갈림길에 섰다. 'K웨이브'로 달궈진 'K산업'의 성장엔진이 식기 전에 글로벌 영토 확장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머니투데이는 전세계 곳곳을 누비면서 '푸드·리테일·패션·뷰티' 등을 중심으로 'K이니셔티브'를 실현하고 있는 기업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현장을 집중 조명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프랑스 파리 대형 쇼핑몰인 '웨스트필드 포럼 데 알'에 들어선 뷰티 편집숍 세포라 라네즈 부스에서 제품을 살펴보는 고객들의 모습/사진=조한송 기자
프랑스 파리 대형 쇼핑몰인 '웨스트필드 포럼 데 알'에 들어선 뷰티 편집숍 세포라 라네즈 부스에서 제품을 살펴보는 고객들의 모습/사진=조한송 기자

# 프랑스 파리 1구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인 '웨스트필드 포럼 데 알'에 들어선 뷰티 편집숍 세포라. 에스티로더·클라랑스 등 글로벌 주요 화장품 브랜드가 자리잡은 매장 한켠엔 'UNIQUEMENT CHEZ SEPHORA(오직 세포라에서만 볼 수 있는)' 판넬이 붙은 '라네즈' 부스가 눈길을 끌었다.

라네즈는 이곳에 정식 부스 형태로 들어간 유일한 국내 브랜드다. 메인 부스 뒤편엔 간이 화장대를 연상케하는 라네즈의 팝업(임시) 부스도 설치돼있었다. 한국의 스킨케어 방식이 생소한 현지인들에게 사용법을 알려주는 공간이다. 부스 내 화장대 거울 앞엔 라네즈의 '클렌징 젤'을 비롯해 '스킨'과 '크림' 등 바르는 순서대로 제품이 놓여있었다.

친구에게 줄 생일 선물을 사러 라네즈 부스를 찾은 프랑스인 야스민(yasmine·26세)씨는 "친구가 라네즈의 립 제품을 선물해줘서 브랜드를 알게됐다"며 "품질이 좋다고 친구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주변에서 많이 쓴다"고 말했다. 세포라 매장에 근무하는 라네즈 판매 직원 나자(najah)씨는 "부스를 찾은 고객 80%는 이미 라네즈를 알고 구매하러 오는 젊은 층"이라며 "립제품을 사러 왔다가 크림 등을 발라보면 텍스쳐(질감)에 만족해 여러개 사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라네즈는 현재 프랑스에 있는 세포라 전 매장에 입점해 영업 중이다.

이곳 말고도 파리 중심가에서 아모레퍼시픽(161,000원 ▲1,600 +1%)의 제품은 어렵지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웨스트필드에서 나와 거리를 걷다보면 화장품 편집숍들이 줄지어 있는 거리가 나오는데 '오마이크림(OH MY CREAM)'도 그중 하나다. 개개인의 피부 고민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주는 프랑스 현지 스킨케어 전문 편집숍이다. 한화로 29만원(180유로)인 고급 스킨케어 제품부터 현지 기능성 제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이 가게엔 지난 5월부터 '이니스프리'의 대표 제품도 판매되고 있다.

현장 직원인 이탈리아인 사브리나(sabrina·21세)씨는 "일부러 이니스프리 등 한국 제품을 사러 매장에 방문하는 손님들이 많다"며 "이니스프리의 경우 반응이 좋아 일정 금액 이상 구매 고객에게 제품을 주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프랑스에서도 한국산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생긴 결과다. 실제로 '오마이크림' 매출의 5%가 한국 브랜드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니스프리는 추가로 프랑스 현지 드러그스토어 입점을 추진 중이다.

아모레퍼시픽 EMEA 매출 추이/그래픽=김지영
아모레퍼시픽 EMEA 매출 추이/그래픽=김지영

영국에서도 라네즈는 K뷰티 인기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런던의 주요 쇼핑 명소인 '코벤트 가든' 인근에 위치한 대형 세포라 매장에서도 라네즈가 유일하게 별도 부스를 차렸다. 글로벌 화장품 유통사인 실리콘투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편집숍 '모이다(MOIDA)'를 비롯해 '퓨어서울' 등 현지 K뷰티 편집숍에서도 코스알엑스(COSRX) 브랜드 등 아모레퍼시픽 대표 브랜드를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화장품의 본고장인 프랑스는 아모레퍼시픽에 있어선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곳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창업자인 서성환 선대 회장은 1960년 7월 프랑스 땅을 밟았다. 당시 프랑스 화장품 기업인 '코티'의 초청을 받은게 계기가 됐다. 직항로가 개설돼있지 않았던 때라 서 회장은 일본과 홍콩 등을 경유하는 긴 여행 끝에 파리에 도착했고, 선진 시장을 둘러볼 기회를 갖게 됐다. 그로부터 30년 뒤인 1990년 아모레퍼시픽은 한국 기업으론 처음으로 프랑스 법인을 설립한다.

초기엔 '롤리타 렘피카' 등과 같은 향수를 팔았던 아모레퍼시픽은 2010년대 초반부터 핵심 경쟁력을 확보한 스킨케어를 중심으로 유럽 사업을 개편했다. 라네즈 브랜드가 선봉에 섰다. 프랑스어로 '눈(雪)'이란 의미를 지닌 '라네즈'는 영국과 프랑스에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인기 브랜드로 올라섰다.

특히 매트한 립만 바르는 프랑스인들 사이에서 립글로즈를 유행시킨 대표 브랜드다. 주요 제품인 립글로이밤(튜브형 립밤)은 프랑스 1020세대들 사이에서 하나씩 가져야 하는 유행 아이템이 됐을 정도다. 입술에 바르는 즉시 각질을 잠재우고 촉촉하고 매끈하게 관리해 주는 데일리 립 케어 제품이란 현지 평가 덕분이다.

영국 런던 소재 K뷰티 편집숍인 '모이다'에 마련된 코스알엑스 팝업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보는 고객들의 모습 /사진=조한송 기자
영국 런던 소재 K뷰티 편집숍인 '모이다'에 마련된 코스알엑스 팝업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보는 고객들의 모습 /사진=조한송 기자

무엇보다 주머니에 들어가는 크기로 개발해 휴대성을 높인데다 망고·블루베리향 등 각각 대표향을 떠올리게하는 색상을 구현해 현지 젊은층을 중심으로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킨게 인기 요인으로 꼽혔다. 틱톡에선 각 색깔별 라네즈 립글로이밤 모서리에 구멍을 뚫어 키링으로 만드는 영상이 화제가 됐다.

유럽시장 성장세는 가파르다. 2022년 320억원이었던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매출은 2023년 518억원에서 지난해 1703억원으로 5배 이상 뛰었다. 기존 주력 시장이었던 중화권 외 시장으로의 매출을 넓히려는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리밸런싱(재구조화) 전략의 핵심 사업권이 된 것이다.

아울러 '이니스프리'와 '코스알엑스' 브랜드도 K뷰티 대표 주자로 사랑받고 있다. 이에 힘입어 최근엔 스킨케어 브랜드 '마몽드'가 북유럽 최대 뷰티 유통사인 '리코(Lyko)'와 손잡고 유럽 시장에 공식 진출했다. 이는 리코 채널 역사상 처음으로 8개국에 동시 론칭한 사례다. 인공지능(AI)기반의 뷰티 디바이스 전문 브랜드 메이크온도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준식 아모레퍼시픽 유럽 RHQ 법인장(상무)은 "유럽 시장에서 유럽 시장에서 프리미엄 스킨케어 카테고리에 집중하면서 뷰티 전 영역을 포괄하는 통합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신규 진출 브랜드들의 인지도를 확보하고 기존 브랜드의 고객 로열티를 강화하기 위해 브랜드 마케팅에 적극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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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송 기자

안녕하세요.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씁니다. 고견 감사히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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