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비수도권 일자리 누가 만드나

[광화문]비수도권 일자리 누가 만드나

지영호 산업2부장
2026.04.22 05:00

'수도권 집중화'는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최대 난제다. 수도권 중심의 개발정책은 강남을 대장삼아 부동산 공화국을 설립했고 내집마련이 불가능해진 혼인적령기 청년들의 출산율 저하를 촉진시켰다. 또 일자리가 수도권에 편중되면서 비수도권 청년들의 이촌향도를 가속화 해 지방소멸을 재촉했다. '일자리 부족-결혼기피-출산율저하-저성장 고착화'로 이어지는 지역소멸 위기의 수레바퀴 중심에 수도권 집중화가 버티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얼마전 '메가특구' 카드를 꺼내들었다. 전국을 권역별로 나눈 '5극 3특'에 각자의 주력산업을 성장시키는 계획이다. 기업과 지자체가 주도해 로봇, 재생에너지, 바이오, AI(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을 핵심산업으로 육성하면 보조금과 세제혜택을 준다는 게 골자다.

문제는 특구를 활용한 비수도권 활성화 계획이 새 정부 출범 때마다 반복돼왔다는 점이다. 전국 2437곳 특구에 세금이 6조5000억원이 투입됐지만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곳은 손에 꼽는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특구 만들기에 혈안이다.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특구 관련 개정안을 보면 '도심융합특구', '연구개발특구', 규제자유특구', '지역특화발전특구', '기회발전특구', '교육발전특구', '접경지역경제자유특구'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차다. 특구를 만들때마다 약속했던 지역 고용도 기대치에 못미쳤다. 정치권은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공약으로 특구 지정을 약속하고선 기업 몇 곳 유치한 것을 성과라며 자화자찬했다. 눈치보기 식으로 참여한 기업에게 제대로 된 고용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하겠다면서 공직자들에게 했던 당부는 '강제로 시키는게 아니라 스스로 움직이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실제 부동산과 주식시장 개편이 진행된 지난 2월까지 14개월간 부동산이나 예금에서 주식시장으로 유입된 개인자금은 140조원이 넘는다. 머니무브의 첫단추를 성공적으로 끼운 정부가 메가특구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미션까지 성공하려면 마찬가지로 기업에도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메가특구가 주식시장 투자환경 조성과 다른 점은 물리적 시간이다. 메가특구는 입법부터 특구지정, 투자유치, 기반시설, 공장 건설 등에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 사이 지방 소멸은 계속 진행될 터다. 지방 소멸 속도를 늦추기 위한 최선책은 그동안 지방 일자리를 창출해온 기업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통산업 분야다. 지난해 말 기준 쿠팡의 글로벌 직원 수는 10만8000명으로 이중 95% 이상이 서울 밖 지역에서 근무를 한다. 파견직 근로자를 제외한 숫자다. 로켓배송 택배기사나 출퇴근용 버스 사업자 같은 간접 고용 인원까지 포함하면 수는 더 늘어난다. 전국 30개 도시, 100개 이상 물류 인프라가 이들의 일터다. 최근 만난 채용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사태로 숨죽이던 쿠팡이 얼마전부터 채용공고를 늘리면서 지역 고용이 살아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유통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롯데, 신세계를 비롯한 대다수 유통기업은 비수도권 고용 비중이 크다. 이들은 지역 내 고용과 소비를 활성화시켜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역할을 한다. 심지어 편의점업계는 실핏줄처럼 뻗어있는 골목경제의 파수꾼이다. 고급 일자리가 아니라는 지적을 받지만 이런 일자리가 없으면 사회취약계층이나 경력단절여성같은 단기근무를 원하는 노동수요는 실업자로 내몰리게 된다. 어쩌면 사회복지 차원에서 이들 일자리가 더 소중할 수 있다.

하지만 시계는 거꾸로 간다. 윤석열 정부 당시 화물차 운임 인상을 이유로 공장 출고를 막았던 하이트진로 사태같은 일이 4년만에 편의점 CU 물류공장에서 다시 벌어졌다.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의 출고를 막던 화물연대 노조원이 사망하는 사고까지 났다. 동력은 노사협상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이었다. 공장에서 생산된 삼각김밥과 도시락은 지역 편의점에 닿지 못하고 폐기됐다. 편의점 기업과 화물차 운전자 뿐 아니라 공장의 생산 노동자, 편의점 점주와 아르바이트까지 지역경제가 흔들린다. 지방 소멸을 재촉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영호 산업2부장
지영호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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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산업2부장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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