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비인간적 막장 행태" 분노...그룹 내부서도 "선 넘었다" 우려
2024년 회장 승진 후 달라진 행보, 신속한 사태 수습과 재발 방지 약속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계열사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 하루 만인 18일 "모든 책임을 통감한다"며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은 이번 사태가 대표 해임 등 인사 조치만으로 수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비인간적 막장 행태"라고 직격하고 회사 측의 공식 사과를 촉구한 것도 정 회장의 신속한 결단을 끌어낸 배경으로 꼽힌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를 비롯한 온·오프라인 유통사와 스타벅스 등 식음료 계열사까지 그룹의 핵심 축이 소비자 여론과 직결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이다. 이번처럼 회사 이미지를 크게 훼손하고 자칫 '불매 운동'으로 번질 수 있는 사안은 경영 전반에 대형 악재로 꼽힌다.
정 회장은 2024년 회장 승진 이전까지 사회관계서비스망(SNS)을 통해 대중과 활발히 소통했던 '인플루언서' 경영자였다. 그가 특정 제품이 맛있다고 홍보하거나 각종 현안에 대해 언급하면 수백만명의 팔로워가 공유하면서 사회적 파장도 컸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검'이었다. 대박 난 마케팅도 있었지만 특정 발언들은 그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만들었다. 2022년 논란이 된 '멸공(滅共, 공산주의를 멸한다는 뜻)'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를 기점으로 불매 운동이 확산하고 주가가 떨어지자 이마트 노조에서 "오너 리스크를 걱정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정 회장은 결국 "저의 자유로 상처받은 분이 있다면 전적으로 저의 부족함"이라고 사과했다. 이 같은 리스크를 경험한 정 회장은 그룹을 대표하는 회장직 오른 뒤엔 SNS 활동을 전면 중단했고, 골프 등 취미활동도 자제하면서 경영에 매진해왔다.
이번 사태 수습 국면에서 정 회장은 달라진 면모를 나타냈다. 매년 1000억원대 수익을 거둔 핵심 계열사 스타벅스를 4년여간 안정적으로 이끈 손정현 대표를 사건 당일 경질했다. 뿐만 아니라 행사를 기획한 담당 임원을 해임하고 관련 임직원 모두 징계하라고 주문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은 이번 사고를 보고받고 격노했고, 관련자들에게 그룹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징계를 주문했다"며 "사건 당일 대표이사 해임 결정은 전례가 없는 조치로 정 회장이 이번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인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스타벅스코리아(SCK컴퍼니)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에 직접 사과했다. 정 회장은 이 날 입장문을 통해 "스타벅스코리아가 있어서도 안 되고 용납될 수도 없는 부적절한 마케팅을 진행했다"며 "이로 인해 5·18민주화운동 영령과 유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상처를 드렸다. 그룹을 대표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전날 '단테·탱크·나수데이' 이벤트를 진행하며 '컬러풀 탱크 텀블러 세트'와 '탱크 듀오 세트'를 선보였다. 이벤트 페이지에는 '책상에 탁!'이라는 행사 문구도 담겼다. 이에 온라인 상에서는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표현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진은 19일 서울시내 스타벅스. 2026.05.19.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5/2026051913201076047_2.jpg)
정 회장이 이날 오전 직접 대국민 사과문을 낸 것도 그룹 내부의 위기감을 방증한다. 내부 인사 조치로 끝내지 않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임을 인정하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사태 수습의 전면에 나선 것이다. 사건 발생 경위에 대한 진상 조사는 물론 본인을 포함한 모든 임직원의 역사의식과 감수성을 재정립하기 위해 별도로 교육받겠다며 강도 높은 후속 조치를 공언했다.
정 회장이 '신세계그룹 회장' 명의로 대국민 사과문을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SNS 게시글로 올린 사과글과는 형식과 내용 모두 무게감이 훨씬 크다는 게 그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통령이 회사 측의 직접 사과를 촉구했고 급속히 악화한 여론을 고려해 정 회장이 그룹을 대표해 신속하게 사태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그룹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룹 계열사 직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선 "이건 진짜 선 넘었다", "(담당 직원이) 젊으면 역사를 모르나. 부끄러운 줄 알라"는 질책성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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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은 정 회장이 약속한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이행할 방침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에서 밝힌 진상 조사, 마케팅 콘텐츠 검수, 임직원 역사의식 교육 등을 신속히 이행해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신세계그룹 홍보·대관 분야를 총괄하는 김수완 부사장은 광주 5·18기념문화센터를 방문해 오월단체 관계자들과 만나 사과의 뜻을 전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오월단체 측은 아직 국민적 공분이 큰 상황에서 회사 측의 입장을 듣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면담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