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건설현장 트럭도 '멈춤'
레미콘 제조사, 용차 등 대체운행 수단 활용하지만 역부족
노조 내부에서는 총파업에 따른 임금 손실 우려 일부 감지

한국노총 산하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이 수도권 총파업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등 반도체 공장 건설현장에 들어가는 레미콘 믹서트럭까지 멈추면서 국가 전략산업인 반도체 공장 건설현장을 볼모로 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수도권 믹서트럭 1만여대의 운행을 중단했다. 노조 측은 수도권 조합원 약 8000명이 파업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오전 11시에는 서울 여의도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레미콘 제조사에 운송비 인상과 단체교섭권 보장을 촉구했다.
이번 파업으로 수도권 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를 비롯해 주요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 공사 현장을 오가는 레미콘 믹서트럭 약 800~900대도 멈췄다. 레미콘은 생산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품질이 저하돼 운송이 원활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
특히 반도체 공장은 후속 장비 반입과 이후의 공정 일정이 촘촘하게 연결되므로 공기(工期)가 지연될 경우 파급효과가 일반 건설현장보다 훨씬 크다. 업계는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이 이러한 특수성을 활용해 반도체 산업을 사실상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반도체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어진 파업이 연달아 성과를 거두면서 레미콘 제조사의 긴장감은 더욱 커졌다. 앞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타워크레인 노조가 똑같이 반도체 공장 건설현장을 볼모로 총파업을 벌인 끝에 임금 인상안을 이끌어내고 지난달 말 파업을 종료했다. 국가 핵심산업이 협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다.
레미콘 제조사와 운송사업자 간 갈등의 핵심은 운송비다.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은 2024년 수도권 운송비 협상 당시 2026년 운송비를 해당 연도 물가상승률(약 2%대)을 반영해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협상 시점이 다가오자 차량 유지비와 각종 부대비용 등을 이유로 6% 이상 수준의 인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임단협 등 단체교섭권을 둘러싼 법적 논란이 팽팽하다.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이 단체교섭이 가능한지 근로자성 인정 여부를 두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제조사들은 개인사업자인 운송사업자들과 단체교섭을 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조 측은 1심에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았다는 판단을 근거로 임단협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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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 조합원들이 8일 서울 여의대로 인근에서 2026년 단체협상 촉구 및 임단협 쟁취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06.08. xconfind@newsis.com /사진=조성우](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6/2026060811204746664_3.jpg)
다만 노조 지도부의 강경 기조와 현장 분위기 사이에 온도차가 감지된다. 건설경기 침체로 운송사업자들 역시 일감 감소를 겪고 있는 데다 장기간 파업시 그만큼 수입이 끊기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적정 수준에서 임금 인상만 하고 운행을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노노 갈등의 조짐도 보인다. 레미콘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민주노총 계열 일부 믹서트럭 운송사업자들은 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정상 운행한다는 방침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 측이 민주노총 계열 운송사업자들에게 원활한 총파업을 위해 대체 운행(용차) 자제를 요청했지만 반응은 미온적이었다는 전언이다.
레미콘 제조사들은 최대한 용차를 투입해 공백 최소화에 나서고 있다. 다만 현재 수도권에서 투입 가능한 용차는 많아야 300여대 수준에 불과해 전체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파업 영향으로 용차에 대한 수요가 몰리면서 일일 운송 단가도 평상시보다 상승한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까지 나서서 파업 직전에 통합협상을 통해 적정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내려 했으나 결국 노조는 파업을 강행했다"며 "운송사업자들도 파업 기간 동안 수입이 끊기는 만큼 파업이 장기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