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며 개표소 봉쇄 시위를 이어가는 시민들이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설치된 개표소 앞에서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2026.06.07.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6/2026060722310343775_1.jpg)
6·3 지방선거가 끝난 지 한참이 지났건만 재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는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분노하는 이들이 참정권을 훼손당했다며 내는 목소리다. 개표소를 점령한 시위대의 주축은 2030이다. '공정'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이들에게 '결과가 뒤바뀌지 않는다'는 설득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의식의 밑단에는 스타벅스 '5·18 탱크데이' 논란이 있다. 이재명 정부가 기업의 잘못에는 혹독하게 대응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중대한 과오에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게 불공정 인식의 한 축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지역 커뮤니티에는 "스타벅스 사태엔 그렇게 분노했던 정부 여당이 국민의 참정권이 침해된 사건에는 침묵한다"는 여론이 상당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선관위에 대한 유감 표명은 선거 나흘 뒤인 7일에야 나왔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전모를 파악하라는 지시가 이어졌다. 하루 뒤인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선 "많은 청년의 문제 제기를 보면서 나도 참 민감도가 많이 떨어져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해 준 청년들께 감사하다"고 고백했다. 중앙선관위가 헌법이 보장한 독립기구라곤 하지만 그동안 스타벅스 사태에 대응했던 속도와 비교하면 만시지탄이다.
스타벅스 논란은 국가권력에 의해 희생당한 이들을 조롱거리로 삼은 행위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해당 기업에 분명한 과오가 있다. 역사적 아픔을 희화화하는 행위를 더 이상 용납해선 안 된다. 이런 행위를 일삼는 이들을 추적해 반드시 뿌리까지 뽑아야 한다.
그럼에도 여당을 비롯해 정부와 대통령까지 나서 기업을 압박하는 행태가 과도했다는 반응은 흘려들을 수 없다. 당시 사건 발생 당일부터 대통령은 X에 '저질 장사치의 막장행태'라고 직격했고 7년전 한 패션기업의 과오까지 들춰냈다.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는 해당기업 상품의 보이콧을 경쟁하듯 선언했다. 여당 대표는 스타벅스 출입 자제령을, 여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는 반입금지 조치를 내리며 선거판으로 끌어들였다. 여당의 압승으로 끝날 듯했던 지방선거 결과가 박빙으로 나온 데에는 이런 움직임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당·정·청의 기업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권력 견제'라는 반작용을 만들어낸 셈이다.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은 소비자의 영역이다. 우리 대법원이 전범기업에 대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에서 위자료 지급 판결을 한 것에 반발한 일본이 2019년 우리나라 대한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제한 조치(백색국가 지정 해제)를 했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이순신 장군의 12척의 배'를 언급하면서도 일본제품 불매운동과는 거리를 뒀다. 대신 정부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고 국산화에 매진해 소기의 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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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운동은 민간 영역에서 활발하게 전개됐다. '노노재팬' 운동이 급격하게 확산하면서 2년여간 유니클로와 아사히 맥주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닛산 등 일부 일본 기업은 한국을 떠났다. 일식을 거부하는 등 과잉 논란이 있긴 했지만 소비자들은 2년여의 불매운동으로 일본 정부의 부당한 조치에 맞대응했다.
지금까지 '스타벅스'는 한국인이 애정하는 대표 커피 브랜드로 수십년간 성장해왔다. 한국인의 커피 사랑 중심에는 스타벅스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대기업 회장은 공식석상에 나와 고개를 숙였다. "역사교육을 받겠다"면서도 "각자의 생각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그의 사과가 진정성이 있느냐는 소비자가 판단할 몫으로 남겨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