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국민은행이 매월 발표하는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에 월세전환율이라는 통계가 있다. 전세가격을 월세로 계산할 때 사용하는 비율이다. 현재 수도권의 월세전환율은 월 0.85% 내외다. 연간으로는 10% 내외인 셈인데, 6%대인 시장이자율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지방은 이 비율이 월 1%대로, 수도권보다 더 높다.
학자들은 월세전환율이 시장이자율보다 높은 이유에 대해 그동안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임대인 입장에서 보면 시장이자율이 월세전환율보다 낮을 때는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것이 더 유리하다. 은행에서 싼 이자로 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내준 뒤 월세를 받으면, 해당 월세로 은행이자를 지급하고도 남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는 임대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 할 것이기 때문에 월세전환율이 시장이자율에 접근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학자들이 주목하는 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왜 월세전환율은 시장이자율보다 높은 것일까?
월세전환율이 시장이자율보다 높은 이유로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금융기관에서 차입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은 경우다. 금융기관에서 차입하는 것이 제한돼 있을 경우 임대인은 차입을 전세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월세전환율도 시장이자율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실은 외환위기 이전 주택금융시장이 매우 협소하여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던 시기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당시 시장이자율은 연 10% 내외이었는데, 월세전환율은 월 2%(연 24%)대에 달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월세전환율이 시장이자율보다 높은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현재는 외환위기 이전과 달리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제한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월세전환율이 시장이자율보다 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학자들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임대인이 부담할 위험에 주목한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임대인이 부담할 위험으로 우선 월세 체납의 불확실성을 들 수 있다. 즉, 임차인이 월세를 미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런 위험은 보증금으로 해결할 수 있는데, 보증금 수준이 높을수록 이런 위험은 작아질 것이다.
전세를 월세로 돌릴 때 생각해볼 수 있는 또다른 위험으로 공실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전세 하에서 공실에 대한 부담은 관습상 임대인이 아닌 임차인이 진다. 기존 임차인은 이사하고자 할 경우 전세금을 받기 위해 새로운 임차인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월세에서는 그 부담이 고스란히 임대인에게 간다. 기존 임차인은 나가고 싶을 때 나가면 그만이기 때문에 새로운 임차인이 들어올 때까지 공실 부담은 임대인에게 가는 것이다.
바로 이런 위험들 때문에 임대인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시장이자율보다 더 높은 월세전환율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위험보상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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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국토해양부가 실제 거래된 전세가격과 보증부 월세가격을 공개하면서 이런 가설의 사실 여부가 하나둘씩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만 보더라도 보증금 비율이 높을수록 월세전환율이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위험이 작을수록 월세전환율이 낮아지는 현상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정책적으로 상당히 중요하다.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DTI 규제와 같은 차입규제는 임대인의 전세 선호를 강화할 수 있다. 반면 월세시장에서 임차인의 권리뿐만 아니라 임대인의 권리도 보호할 경우 위험보상률이 낮아져 월세전환율이 낮아질 수 있다. 월세전환율이 시장이자율보다 높다고 남 탓하기 앞서 왜 높은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