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동반성장: 제도개선만으로 가능할까

[MT시평]동반성장: 제도개선만으로 가능할까

문형구 고려대 경영대 교수
2011.06.0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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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점에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실현하고자 하는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투명성, 공정, 나눔과 상생, 기회의 균등 등 무수히 많은 이슈가 제기되고 있다. 이 중에서 반값 등록금, 부자감세 철회 등과 같은 이슈가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기 전에 그러나 지금도 꾸준히 관심을 받아온 이슈는 바로 대기업과 협력회사의 동반 성장, 혹은 상생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초과이익공유제 발언으로 한동안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대기업과 협력회사의 상생이라는 이슈는 동반성장지수 산정 때 평가하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자금지원 규모를 어느 정도로 할지 등과 같이 주로 제도를 어떻게 수정할지에 치중된 듯하다. 그러나 제도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어떻게 대기업과 협력회사가 상생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마음의 변화가 더 절실히 요구된다. 대기업과 협력회사의 관계에 관한 제도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마음의 자세가 필요할까.

첫째, 대기업과 협력회사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사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 다른 기업환경과 비전 그리고 가치관을 가지고 있음을 서로 인정하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상생은 모두 동일한 생각과 가치관을 가져야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순히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애로사항 청취와 도와줌이 대기업의 경영방침을 따르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진정한 상생이 아니다. 대기업이 언제나 협력회사를 이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협력회사의 경영철학이나 활동이 대기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상생이라 할 수 있다.

둘째, 미래에 대한 희망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에 대한 희망은 조직간 신뢰에서 나오는 법이다. 약속된 바를 언제나 지키리라는 믿음, 상대방의 약점을 이용해 이익을 취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에 기반을 둘 때 두 조직은 지속적으로 희망을 함께 지닐 수 있다.

조직간 희망뿐만 아니라 협력회사의 종업원들에게 어떻게 희망을 줄 수 있는지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빅터 프랭클의 지적처럼 인간은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 하더라도 그 생활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견뎌낼 수 있다. 협력회사 종업원들도 지금은 어렵지만 미래에는 좀 더 나아지리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굳건히 가질 수 있도록 대기업이 도움을 주어야 한다. 미래에 대한 희망의 대표적인 방안은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예를 들면 대기업이 협력회사 종업원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욕망의 절제를 지적하고 싶다. 이 주장은 단순히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특히 어떤 기업이든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장론자들이 잘 지적하고 있듯이 과도한 이윤 추구는 다른 경쟁자의 출현을 고무하기 마련이다. 대박이 있는 곳에 기업이 몰리기 마련이며 결국 과도한 이익 추구는 자신의 이익을 줄이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의 몇몇 착한 기업은 협력회사와 거래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의 한계를 스스로 정하고 실천하고 있다. 이 점은 대기업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협력회사의 경우도 대박을 노리다보면 쪽박을 찰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능력이 부족하면서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편법(예컨대 뇌물)을 사용하려는 협력회사도 적절한 수준에서 욕심을 절제해야 할 것이다.

동반성장은 단순히 함께 잘 살도록 도와준다는 시혜적 다짐을 넘어서야 한다. 서로 다른 정체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함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공유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상생, 혹은 동반성장의 자세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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