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유럽의 E-coli 질병 상황을 보며

[MT시평]유럽의 E-coli 질병 상황을 보며

류병운 홍익대 법대 교수
2011.06.0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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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세계무역기구(WTO) '위생및식물위생(SPS)조치위원회'의 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현재 중국의 비위생적 가축 사육방법과 기술을 고려할 때 생육류 및 가금류 제품의 장출혈성대장균(E-coli)에 의한 오염을 최소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 판단을 전제로 미국은 중국에 대해 제로(zero tolerance) 기준에서 여하한 E-coli 위험성 여부에 대한 통보와 그 통보를 WTO SPS협정에 따른 국내 규칙으로 법제화를 요청했고 중국도 그에 동의했다.

그런데 정작 E-coli는 중국이 아닌 독일에서 발생했고, 아직까지 정확한 오염원은 파악되지 않았으나 생육류나 가금류가 아닌 가축 분뇨를 사용해서 재배한 채소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벌써 230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중 22명이 사망했다. 문제는 폴란드에서도 확진환자 1명, 의심환자가 2명 발생한데 이어 독일을 여행하고 돌아온 사람 가운데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환자가 발생하는 등 전세계 12개국으로 전파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발병사태로 유럽국가들의 채소농업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당초 독일 정부가 자국산 오이를 원인으로 지목함으로써 막대한 손해를 입은 스페인은 독일에 대해 2억유로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다시 오염원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목된 독일 유기농업체의 새싹채소도 누명을 벗기는 했지만 이미 받은 타격을 돌이킬 수는 없을 것 같다. 결국 유럽산 모든 종류의 채소가 의심받고 기피되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앞으로 각국의 유럽산 농산물에 대한 수입규제 조치에 따른 통상문제도 불거질 전망이다.

이 E-coli 창궐사태는 참담한 구제역 사태를 겪은 우리에게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햇볕도 들지 않는 질퍽한 환경에서 항생제 투여에 의존하는 사육방식이 가축질병 창궐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정부는 우리 동물 사육 및 식물 재배에 관한 환경을 위생적으로 신속히 개선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위생적으로 개량된 생산절차와 방법(Process and Production Method: PPM) 기준 확립 및 인증제도 도입도 필요하다.

물론 유럽 E-coli나 일본 방사선에 오염된 농수산물 등 문제의 외국 농산물에 대한 수입규제 조치도 필요하다. 다만 WTO SPS협정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동물 및 식물 위생기준을 확립해 국내외 제품에 차별 없이 적용해야 한다. 사실 2011년에 발간된 중국의 국가별 무역환경 보고서는 한국의 수입검역제도가 중국 농산물에 대해 차별적이고, 병충해 또는 질병지역의 확정에 있어서 중국 전역을 하나의 지역으로 간주하며, 샘플 채취 및 검사절차가 복잡하고, 빈번한 관련 규정 개정과 국제기준을 따르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이러한 한국의 조치를 일종의 위생무역장벽이라고 파악했다.

문제는 이러한 국내외 국민건강 위험상황에 대한 우리 정부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처능력에 대한 의문이다. 구제역사태 때의 허둥대던 졸속행정은 접어두더라도 국민건강을 책임진다는 보건복지부가 약사회의 로비와 압력에 굴복, 국민의 숙원이자 공정거래위원회도 지지하는 일반약의 슈퍼 판매를 다시 무산시켰다. 복지부 장관이 자신의 지역구 약사회 모임에서 "여러분이 걱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다음 선거용 발언까지 했다고 한다. 약사회야말로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인가 보다.

베트남이나 중국이 진원지로 추정되었던 우리 구제역사태나 이번 유럽 E-coli 상황에서 보듯 국민건강 및 동식물 위생문제는 점점 더 국제적 성격이 짙어지고 있다. 이 위생문제는 국제통상문제와도 직결된다. 선거를 의식해 국내 압력단체들에 휘둘릴 문제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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