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주인의식 갖기: 말만으로 될까?

[MT시평]주인의식 갖기: 말만으로 될까?

문형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2011.08.2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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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전 직원이 구본준 부회장에게 보낸 e메일이 잔잔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강조하면서 주인의식을 갖지 못하게 만드는 조직문화 현상에 대한 지적이다.

그의 지적은 LG전자만의 현상이 아니라 우리나라 대기업이 공통적으로 앓는 문제의 한 단면인지도 모른다. 특히 우리나라의 리더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회사를 소유한 주인처럼 행동하는 주인의식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의미있는 지적이라 볼 수 있다.

사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한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말인가? 수동적으로 남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객체가 아니라 특정 대상을 소유한 주인답게 스스로를 책임지며 주체로서 자존심을 가지고 행동한다는 것은 인간이 지니고 있는 이상적인 모습일 것이다.

특히 일찍이 사르트르가 지적한 바처럼 인간에게 있어서 소유는 바로 존재와 다름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훌륭한 직장을 나의 것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더욱 더 큰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자신을 소유하고 있기에 자신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그리고 스스로에 대해 책임을 지며 행동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목청을 높여 외친다고 해서 자신이 다니는 회사를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주인의식을 종업원들이 가질 수 있을까?

◇주인의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유명한 심리학자 스키너(Skinner)가 일찍이 지적한 바와 같이 단순히 의식개혁 캠페인만으론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없다. 마찬가지로 조직 내에서 경영자의 호소나 압력만으로 종업원의 생각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의식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주인의식에 관한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조직 내에서 종업원이 주인의식을 가지려면 3가지 메커니즘이 작용한다고 본다. 첫째, 소유 대상에 대한 통제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때 주인의식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조직내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때 조직이 나의 것이라는 인식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둘째, 소유 대상에 관해 자세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때 주인의식이 생기게 된다. 예컨대 우리 회사가 현재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잘 알고 있을 때 나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는 것이다.

셋째, 종업원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 심지어 가치관을 투입하여 무엇인가 의미있는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을 때 주인의식이 생겨나게 된다.

◇주인의식은 언제 제대로 작동하는가

주인의식이 긍정적 결과를 낳으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조건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필자 등의 최근 연구는 직무불안정이나 조직 정의가 주인의식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조건임을 보여주고 있다. 주인의식이 종업원의 일탈행동(가벼운 절도, 공격적 행동, 근무시간의 사적 사용 등)을 줄이기는 하지만 언제 회사에서 떠밀려날지 몰라 불안한 경우 혹은 조직내 정의가 제대로 서 있지 못하다고 인식할 경우 주인의식이 끼치는 영향의 강도가 훨씬 줄어든다는 것이다.

주인의식은 구호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소유 대상에 대한 영향력과 정보를 가지고 의미있는 것의 생산이 가능할 때 그리고 정당한 대우와 직장의 안정성이 주어질 때 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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