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야구 마니아다.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공직에 있는 동안 한번도 야구장에 못 갔지만 매일 그가 응원하는 팀의 경기 결과를 챙겨봤다. 저녁 자리에 앉으면 우선 그날 경기 스코어부터 확인할 정도였다.
너무 야구 이야기 많다는 소리에 자제하기는 했지만 그래서 그는 정책의 방향이나 자신의 마음가짐을 야구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았다.
야구에 비유하면 그는 실점 위기에 등판했다. 유럽 재정위기의 한 복판이었고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국내적으로는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었고 물가는 치솟는 상황이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어이없는 실점은 하지 않겠다"며 수비를 강화했다. 물론 공수 교대를 기다리며 '공격 작전'도 짰지만 불행하게도 그가 타석에 설 기회는 없었다.
수비에서 가장 신경쓴 부분은 재정건전성이었다. 스스로 '스파르타의 300전사'처럼 나라 곳간을 튼튼히 지키겠다고 했다. 어느 장관이든 재정을 풀어 성장률을 올리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지만 그는 쉬운 방법은 쓰지 않았다. '꼼수'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창의적 방법'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지난해 총선과 대선이라는 양대 선거과정에서 쏟아진 포퓰리즘 공약에는 대놓고 맞섰다. 여당조차 그에게 섭섭해 했다. '공직자의 선거 개입'으로 선거관리위원회의 경고도 받았다. 하지만 그의 수비로 각 정당의 공약 수위가 조절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에 대해 "포퓰리즘에 맞설 배짱을 가진 정부 고위 인사가 늘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임기가 끝나면 미국과 유럽이 그를 빌려와야 한다"고까지 평가했다.
그는 재정부 장관으로서 최소한 더 이상의 실점은 하지 않았다. 성장률은 떨어졌고 취업난이 여전하지만 전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 그나마 선전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마무리 투수로서는 합격점이었다.
박 장관은 MB 정부에서 마무리 투수였을 뿐 대한민국으로 봐서는 중간계투다. 중간계투의 역할은 실점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긴 이닝을 소화해 다음 투수들을 최대한 아끼는 것이다. 그래야 감독의 투수 운용에 숨통이 트인다.
감독을 맡은 박근혜 대통령이 득점을 올릴 수 있는 기반은 만들어 놓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