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역에 폭우가 내린 지난 2일. 그들은 억장이 무너졌다. 개성에 공장 설비를 몽땅 남겨둔 채 쫓겨나다시피 돌아온 기업인은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폭우가 내리는데 개성공단에 두고 온 기계를 누구 하나 관리할 사람이 없다. 대부분의 공장 설비는 습기에 약해 장마철엔 빠른 속도로 녹이 슬고 부식된다. 날씨가 습해질수록 개성공단 기업인은 피가 마를 지경이다.
개성공단 잠정 중단 93일째. 개성공단 입주기업 협회는 개성공단 '중단' 앞에 '잠정'이란 단어를 지워야할 지 심각하게 고민한다. 이들은 지난 3일 "열흘 안에 정부 결단이 없으면 개성공단 설비를 모두 빼겠다"며 정부를 상대로 '벼랑 끝' 엄포를 놨다.
개성공단 기업인이 절박함을 드러내자 북한이 움직였다. 북한 당국은 지난 3일 오후 판문점을 통해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공단 방문을 허용한다"는 뜻을 전했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북한이 직접 우리 정부에 관계자들의 방문을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북관계 악화로 한숨짓는 건 비단 개성공단 기업인뿐만이 아니었다. 우리 정부도 지난달 실무접촉 후 북한과 당국회담을 열지 못해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였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과 실무접촉을 가진 뒤 결국 당국회담이 결렬돼 아쉬움이 남는다"며 "북한과 다시 당국회담을 열 기회가 있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우리 정부는 4일 북측에 오는 6일 개성공단 등을 논의할 실무접촉을 갖자고 제안했다. 지난달 순조롭게 진행될 줄 알았던 남북 당국회담은 뜻하지 않은 수석대표 '급' 논쟁으로 무산됐다. 남북은 개성공단 재개를 논의하기도 전에 서로 등을 돌렸다. 남북관계가 날씨만큼이나 변덕스럽다고 하지 않던가.
본격적인 장마철에 접어들면서 다시 폭우 소식이 들린다. 개성공단 기업인은 개성에 두고 온 설비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오는 6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릴 남북실무접촉은 기업인이 지탱할 유일한 희망이다. 이들은 빗줄기가 더 거세지기 전에 개성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시간이 흐를수록 개성공단 재가동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남북이 더 늦기 전에 개성공단을 가로막은 빗장을 모두 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