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韓銀의 낙관, 믿어도 될까

[기자수첩]韓銀의 낙관, 믿어도 될까

신희은 기자
2013.08.07 07:17

빙하기에 접어든 지구에서 인류를 구할 단 하나 뿐인 '노아의 방주'를 기차로 옮겨 놓은 영화 '설국열차'가 인기다. 얼어죽지 않고 살아남았지만 기차 안은 철저히 통제된 또 다른 사회다. 앞칸은 먹을거리, 술, 마약 등 모든 것이 넘쳐나지만 뒷칸은 빈민굴을 연상시킬 정도로 어느 것 하나 결핍되지 않은 것이 없다.

살아남은 것만으로 감사할 법 하지만 뒷칸 사람들은 반란을 일으켜 앞칸으로 돌진한다. 한 칸, 한 칸 앞으로 나갈 때마다 전혀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반란이 아니고서는 절대 넘을 수 없는 기차칸, 하나의 거대한 사회를 옮겨 놓은 듯한 기차는 결국 설계자에 의해 파멸을 맞는다.

멈추지 않고 전진해야만 유지되는 설국열차의 시스템을 우리 경제와 대입해보자.

우리경제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는 스마트폰, 반도체 등 IT(정보기술) 산업은 활력이 넘친다. 다소 주춤하고 있는 자동차는 보조엔진 격이다. 이들 산업이 부진에 빠진 금융, 건설, 조선·선박, 철강 등을 대신해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외환보유액과 경상수지 흑자도 이들이 일궈낸 성과다.

반면 대부분의 산업은 여전히 침체의 터널 속에 있다. 여기에 종사하는 서민들은 유례없는 저물가에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전셋값이 매매가를 웃돌 정도로 폭등하고 가계부채도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설 기세다. 경기회복세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이 같은 불균형과 괴리가 일시적인 현상인지, 구조적인 문제인지 국민들의 불안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정책수립을 뒷받침해야 할 한국은행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우리 경제의 체질이 튼튼해졌다', '가계부채는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며 오히려 정부보다 상황을 낙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회 예산정책처가 "2분기 성장은 정책효과로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오죽하면 '한 식구'인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의 경기 낙관론에 '주의'를 줬을까.

한은이 기차의 엔진과 앞칸은 물론 중간과 뒷칸, 외부를 제대로 살피고 위험에 대비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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