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의원들의 권한 남용에 대한 논란들이 많다. 그 중에서 특히 무더기로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채택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물론 국감에서 기업인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이 불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은 것 같다. 심지어는 국회의원들이 갑의 지위에서 납세자를 을로 생각하고 권한을 남용한다는 비판들도 많다. 일리가 있는 비판들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증인채택 때문에 오히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하 국감법)의 목적을 왜곡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감의 본질 자체를 변질시킬 수 있다는 우려들도 나오고 있다.
국감법 제7조는 국감의 조사 대상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특별시와 광역시도 등으로 한정하고 있으며, 감사범위도 국가위임사무와 예산지원을 하는 사업으로 한정된다. 물론 지방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감사원법에 의한 감사원의 감사대상기관도 감사대상으로 정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국회가 특히 필요하다고 의결한 경우에 한한다.
이처럼 법의 목적에 충실한 해석을 한다면, 일단 국감에서 기업인을 증인으로 줄줄이 소환하는 것은 국감의 본질을 벗어난 듯 보인다. 물론 불가피하게 국감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소환할 수는 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하는 만큼, 그 소환범위와 이유 또한 최소한의 요건과 기준이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국감법은 "증인·감정인·참고인의 출석을 요구하고 검증을 행할 수 있다"고만 정하고 있을 뿐 요건과 기준에 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말하자면 무소불위의 권한을 법률이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국감과정에서도 법률은 그 대상기관의 기능과 활동이 현저히 저해되거나 기밀이 누설되지 아니하도록 의원들에게 주의의무를 부과시키고 있지만(14조), 이를 위반한 의원에 대한 통제장치가 전무하다. 즉, 국회가 징계할 수 있다고만 되어 있다.
더욱 불합리한 것은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인을 '증인·감정인·참고인'으로 검증할 때에는 법이 아무런 주의의무도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로, 세금으로 급여를 받으며 국감을 하는 국회와 대상 공공기관들이 납세자인 국민을 무시하도록 정당화하는 입법이라고 할 수 있다.
법률이 이렇게 돼 있다 보니 국회의원들이 갑의 지위에서 국민들을 무시하는 발언과 행동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지와 무관심한 국민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국감법 뒤에 숨어서 기업인들을 좌지우지하고자 하는 국회라면 그 지지기반은 쉽게 무너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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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법률로 규정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국회가 진정으로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 국민을 위하고, 공익을 위하여 국감을 수행한다면, 이번 국감에서 반드시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인 개개인들에 대한 소환사유와 증인채택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여야 한다.
특히, 기업인들을 국감증인으로 소환하는 것을 국민들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국감 때마다 국회의원들이 보여준 '힘자랑' 때문일 수도 있다. 이번 국감도 사전에 민간인 소환사유와 증인채택기준을 명확히 공개하지 않는 한 예년과 마찬가지로 납세자인 기업인들에게 힘자랑하는 국감으로 전락할 수 있다.
소환예정인 민간기업인 숫자도 지난해 145명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연히 많은 기업인들의 경영활동이 국감 때문에 현저히 저해받거나 기밀이 누설될 수 있다. 심지어는 힘자랑 형 창피주기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국회는 이번 국감을 통해 납세자인 국민을 더 섬기는 선진국회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하며, 동시에 기업인 증인채택도 이에 상응하는 절차와 기준을 제시하는 신뢰받는 국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