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세월호 슬픔 극복? 그들과 함께 할때 가능

[기고]세월호 슬픔 극복? 그들과 함께 할때 가능

최호선 영남대학교 심리학과 기자
2014.05.14 05:54

[세월호 참사]내안의 오래 묵은 슬픔과 공명을 거부말고 기억하고 감시하자

십 여 년 전 선박 사고로 가족을 잃고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일본에 갔습니다. 김포에서 나리타(成田)까지 두 시간 동안 계속 울던 저를 보살펴준 사람은 옆자리의 일본여성 이었습니다. 따뜻한 물을 마시게 하고, 등을 쓰다듬어주고, 그녀도 저처럼 기내식을 사양했습니다.

사고가 났던 시즈오카(靜岡)현의 소도시에 도착했을 때 마중을 나온 분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제가 그곳에 머무는 동안 손수 운전을 해주시고, 사고 해역으로 갈 배를 수소문해주시고, 그 외에도 제가 필요로 하는 모든 일들을 처리해주셨습니다. 외국에서 온 저를 돕기 위해 파견 된 분일 것이라 짐작하고 이것저것 부탁을 많이도 했습니다. "내일 아침 아홉시까지 흰 국화 한 다발을 사서 호텔 앞으로 와주세요" "한국식의 위령제를 지내고 싶으니까 쌀을 준비해주세요" 이런 부탁을 다 들어주셨고 그곳에 머무는 동안 불편함이 없도록 섬세하게 배려해 주셨습니다. 그분이 워낙 헌신적으로 도와주셔서 돌아오던 날 저는 약간의 사례를 준비했습니다.

감사하다며 봉투를 내미는 제 손을 살며시 잡으면서 그분이 자기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분은 그 소도시에 하나밖에 없는 병원의 원장님 가네코(金子)씨였습니다. 외국에서 가족을 잃고 시신을 수습하러간 저를 위해 진료를 쉬면서 저를 도왔다고 했습니다. "한 달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무척 힘든 시간을 보내던 중에 당신들 소식을 듣게 되었다. 당신을 도우면서 나 자신이 큰 위로를 받았으니 내가 오히려 고맙다"면서 봉투를 정중히 사양했습니다.

저는 지난 사월에 진도에서 닷새 동안 머물렀습니다. 십여 년 전, 이름도 모르는 옆자리 여성과 시즈오카의 의사 가네꼬씨가 제게 베푼 친절이 저에게 큰 위로가 되었으니 이제는 제가 누군가를 위로할 차례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설거지를 잘 할 수 있고, 장례지도사 자격도 있고, 사람의 마음을 공부하는 사람이며 무엇보다도 맞잡아 줄 두 손이 있으니까 어떤 일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진도에 갔습니다.

팽목항에서는 젖고 상처 입은 채 돌아온 세월호의 사람들을 닦고 단장해주는 일을 했습니다. "무섭고 힘들었지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이제 엄마를 보고 좋은 곳으로 가거라. 신들의 정원에서 뽀송뽀송한 꿈을 꾸거라." 그런 마음으로 아이들 몸에 묻은 기름과 흙 그리고 피를 닦아주었습니다.

왜 우리는 남쪽 바다의 슬픈 소식에 눈물을 흘릴까요? 타인의 슬픔이 오래 묵은 내 슬픔과 공명하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관련 뉴스를 보면서 오래전 사별의 고통이 다시 떠올라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너무 어려서, 사는 게 바빠서, 남은 식구들이 더 힘들어 할까봐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슬픔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나서 고통스럽다고 하십니다. 너무 힘들어서 차라리 뉴스를 보지 않는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슬픔을 잘 견뎌내고 고통을 잘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파리 시내 어디에서나 보이는 "쇳덩어리"를 끔찍하게 싫어했던 모파상은 매일 에펠탑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답니다. 에펠탑을 보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에펠탑에 가는 것입니다. 슬픔을 잘 견뎌내기 위해서는 슬픔 속으로 용감하게 뛰어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가족을 잃은 분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시고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보시길 권합니다.

첫째, 가족을 잃은 분들의 슬픔을 공감하고 위로하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끝까지 관심을 잃지 않는 것, 세월호의 사람들을 잊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위로가 될 것 입니다. 둘째, 왜 이런 사고가 일어났는지 우리들 개인의 삶과 우리 사회에 관해서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동안 우리 삶을 지배하던 가치들이 과연 바람직한 것이었는지 깊이 통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생각에만 머물지 말고 삶에 반영해야합니다. 다시는 이런 불행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고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남은 생애 두 번 다시 이런 뉴스를 접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세월호의 사람들을 오래 기억하고 수습 과정에서 눈을 떼지 않겠습니다. 엄정하게 수사하고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죗값을 치르도록 요구하고 감시할 것입니다. 예고 된 인재, 부정과 부패, 권력과 돈의 결탁이라는 제목이 달린 뉴스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면 삶을 바꿔야합니다.

아이들이 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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