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핵 연탄재' 처리, 해법은 없나

[기자수첩]'핵 연탄재' 처리, 해법은 없나

세종=우경희 기자
2014.09.29 18:11

달라스에서 앨버커키로, 다시 워싱턴D.C.에서 노스아나로.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얼마전 주관한 언론사 현장취재의 일정이다. 짧은 시간을 쪼개 미 중부와 동부를 가로지르며 샌디아 원자력연구소와 노쓰아나 원전 및 폐기물 저장시설 등을 돌아봤다.

작년 출범한 위원회의 임무는 '핵 폐기물(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장 건설을 위한 공감대 형성이다. 아니면 적어도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분위기는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이번 현장취재도 선진국이 어떻게 공론화를 진행했는지 벤치마킹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하지만 결국 남은 것은 공허함과 피로감 뿐이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있어 한국처럼 골치를 앓고 있는 나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미국의 여건도 한국과 크게 달랐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현지 전문가들은 "처리장을 지으면 지역인력을 고용해 주는데 거기다 왜 보상금까지 주려 하느냐", "안전하다는 정부의 말을 주민들은 왜 믿지 않느냐"고 오히려 되물었다.

물론 미국도 화강암 암반에 동굴까지 다 파놓은 고준위폐기물 처리장 '유커마운틴'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이는 정치권의 갈등에 따른 것으로 한국에서 벌어지는 전쟁같이 치열한 반핵운동과는 성격이 달랐다.

한국의 핵 문제는 '돈'과 '불신'이 버무려진 폭탄이다.

재산권에 직접 연동된다는 점이 가장 큰 뇌관이다. '우리 동네에 핵시설이 생기면 아파트 값이 떨어진다'는 불안감을 극복하게 해 줄 해법을 정부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불신의 역사가 추가된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핵폐기물 저장소를 지으려다 사단이 난 안면도 사태가 대표적이다. '정부가 국민을 기만한다'는 불신을 극복할 방법도 보이지 않는다.

얼마 남지 않은 폐기물 처리장은 오늘도 들어차고 있는데, 뚜렷한 해답 없이 위원회의 논의는 공전하고 있다. 위원회는 연말이면 일단 수명을 다한다. 하지만 이대로 문을 닫기엔 해 놓은 일이 너무 없다. 영구처분장 논의는 시작도 못하고, 위원회만 영구화되는거 아닌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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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the300 국회팀장 우경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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