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충식이네 밥상 이야기

[광화문]충식이네 밥상 이야기

세종=정혁수 기자
2015.02.10 05:30

"충식아, 이 눔아. 맨날 이게 뭐여?"

"예? 뭐요?"

"엄니가 어제도 얘기 했잖여. 방 바닥에 밥풀 흘리지 말고, 밥 그릇에 밥알 남기지 말라고, 으이그. 쌀 한톨 만드는 데 농부들 손이 얼마나 가는 지 아는 겨, 모르는 기여…"

"엄니 말이 맞어. 그런거 모르면 아무리 잘나도 사람대접 못받는 기여"

지금은 40대 중반이 되어버린 어릴 적 친구 충식이네 밥상 풍경은 늘 이랬다. 어머니의 잔소리가 '반찬'인 경우가 많았다. 그때가 초등학교 시절(당시에는 국민학교라 불렀다)이었으니 1970년대 후반쯤 됐다.

충식이네 만이 아니었다. 당시 우리 집에서도, 또 뒷집 익순이네 집에서도 다들 '밥알'에 대한 가르침이 매 끼마다 있었다. 그때의 기억은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아있다.

그렇게 먼 시절의 얘기가 아니지만 요즘 10~20대에게는 이런 얘기가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스런 얘기)'일 수도 있겠다. 사는 게 뭔지, 가족끼리 한 밥상에서 머리를 맞대고 식사를 하는 게 쉽지 않은 게 요즘이다. 또 밥상 위 주식이 '밥'에서 빵, 시리얼, 우유 등으로 바뀐 지도 오래 전이다.(우리 집 애들도 일주일에 한 두번은 간편식으로 아침을 때우기 일쑤다.)

이같은 트렌드는 통계에서 정확히 나타난다. 지난 달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양곡소비량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양곡(쌀+기타양곡)과 쌀 소비량은 몇 년째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 1인당 연간 양곡 소비량은 73.8kg으로 전년대비 1.5kg(2.0%) 감소했다. 참고로 양곡년도는 전년 11월1일부터 당해 년도 10월31일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이같은 감소 추세는 지난 1981년 이후 계속되는 것으로 2005년 대비 82.9%, 양곡소비가 가장 많았던 1967년(196.8kg)과 비교할 땐 37.5% 수준에 머무는 수치다.

쌀 소비량은 더 우울하다. 지난 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5.1kg으로 전년대비 3.1% 감소했고, 쌀 소비량은 2.1kg 감소했다. 양곡 감소량보다 1.5kg 더 줄어들었다. 쌀 소비량이 가장 많았던 1970년 136.4kg의 47.7%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반해 밀가루, 메밀 등 기타 양곡 소비량은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전체 양곡 소비량 중에서 기타 양곡이 차지하는 비중은 11.8%로 전년(10.8%)보다 1.0%p 상승했다. 이런 추세가 바뀌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쌀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 농업의 뿌리가 내부로부터 위협받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식량문제는 인간의 생존에 직결된 이슈로, '식량이 세계사를 바꿨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조선 세종대왕을 비롯해 미국 토머스 제퍼슨,브라질 룰라 등 역사 속에 등장한 국가 리더들은 농지를 넓히고, 농업 생산성 향상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요즘도 그렇다. 지구촌 한편에서 기아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고, 가까운 북녘 땅에서도 굶주림에 허덕이는 동포들이 있다. 식량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일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인류 역사를 움직이는 중요한 '축'이었을 뿐만아니라 미래에도 그 역할을 수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농촌진흥청이 올해 역점사업으로 '쌀 소비촉진 리더 2만1000명 육성'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농업인, 기관·단체 등의 급식 관계자 2만1000여명을 대상으로 쌀 가공품, 다양한 품종별 활용법 등을 교육해 '쌀을 기피하는' 국민들의 기호를 바꿔 보겠다는 취지다. 농업위기를 이야기 하는 요즘이어서 인지 농진청의 시도가 신선하기까지 하다. '쌀 소비'에 대한 농진청의 고민이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 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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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혁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에서 농업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UNC) 저널리즘스쿨에서 1년간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2013년부터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를 출입하며 한국 농업정책과 농업현장의 이야기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농업분야에 천착해 오는 동안 '대통령표창' 등 다양한 상을 수상한 것은 개인적으로 큰 기쁨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신성장동력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농업의 무한변신'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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