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진상 어른들

[광화문] 진상 어른들

서정아 부국장겸 경제부장
2015.04.14 06:40

“요즘 젊은 것들은...”

얼마전 주말에 지하철 2호선을 탔더니 50대~60대로 보이는 부부가 젊은 애들 욕하기에 바빴다. 들어보니 나이든 사람이 지하철을 타도 젊은 애들이 자리 양보를 안한다는 것이다.

자주 듣는 얘기지만, 그 부부의 얼굴을 다시 한번 보게 됐다. 그들이 매우 건장해보였기 때문이다. 복잡한 지하철을 타면 누구나 피곤해서 앉고 싶다. 늙으나 젊으나 상관없을 것이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 장년층이상들은 지하철만 타면 ‘내자리 내놔라’ 하는 식이다. 노약자석이든 일반석이든 젊은 애들이 앉아있는 꼴을 못보는 것 같다.

10대, 20대들 얘기를 들어보면 지하철, 버스 타기가 겁난다고 한다. 대놓고 와서 일어나라고 하거나, 실제로 자고 있는데 와서 툭툭치는 사람들까지 있다고한다.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지하철 버스안에는 노인들이 더 많을때도 있다. 일반석도 앉아서 가기엔 가시방석이라고 ‘요즘 젊은애들’은 말한다. 물론 이런 ‘진상 늙은이’는 소수일 것이다.

지하철, 버스 자리 싸움이 눈에 바로 보이는 풍경이라면, 사회 곳곳에서 나이 든 사람들의 젊은 사람 타박이 느껴진다. 일자리가 없다고하면 “눈높이부터 낮춰라”하고, 공부하기 힘들다고 하면 “우리때는 낮에 부모님 도와 농사일이며 집안일하고, 밤에 공부했다”고 한다. 한 정치인은 “어릴때 수돗물로 배를 채웠다”는 고생담을 자랑한다.

그뿐 아니다. 기업에서는 젊고, 능력있고, 거기에 일자리에 목말라 있는 젊은이들을 헐값에 쓸려고만 한다. 알바, 인턴, 비정규직, 계약직 등 다양한 이름의 ‘불안정한 일자리’들이 있다. 법의 감시가 덜한 편의점, 카페 등 자영업들은 더하다. 알바비 떼먹기부터 막말하기 등 편의점 알바를 지칭하는 ‘편돌이 편순이’의 경험담 얘기를 한번 들어보라. “정말 나쁜 어른들”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나또한 40대 후반에 접어들었고, 예전에 비하면 지금 10대 20대들이 누리는 풍요에 비해 그들의 나약한 모습에 아쉽게 생각할때가 많다. 예의도 없는 것 같고, 고생은 하려하지 않고, 외모 스펙등 간판만 중시하는 것 같다고 여길 때가 많았다. 그러나 잠깐 멈춰 생각해본다. 이런 젊은이를 누가 키웠는지 말이다.

돌이켜보면 몇개의 기억들이 있다. 여고 2학년때 담임선생님이 야간자습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 전체 학생을 한명씩 교탁앞에 불러내 뺨을 때렸다. 대학 졸업후 입사 첫해에 휴가때 휴가신청서를 냈더니 ‘신입 사원이 일본 간다’며 신청서를 찢어버린 상사도 있었다. 그때 나는 마음속으로 어른사회를 경멸했고, 당시 내 주변인들도 비슷했다. 그 10대,20대가 자라서 지금의 40.50,60대가 된 것이다.

이제 어른이 된 나의 동년배들만큼은 “나 옛날에 고생했으니, 너희들도 군소리 말고 고생하라”고 하지는 말자. “이제 내가 너희보다 힘있는(?) 어른이 됐으니 어려움은 해결해줄게”라고 바꿔보자.

아래 세대를 소중하게 여기는 건 어른세대와 국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지하자원에만 열올리다 최근 ‘어머니 자금’까지 마련해 청년확보 정책에 나선 러시아, 과감한 이민정책으로 우수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는 미국 등 이미 많은 나라들이 젊은 인력의 확충에 나서고 있다. 미래의 번영을 위해서 말이다.

요즘 여기저기서 ‘세니오르 오블리주’(senior oblige)란 말이 자주 등장한다. 기성세대의 책무가 있음을 강조한 프랑스 말이다. 우리도 예전부터 즐겨 쓰는 말이 있다. ‘나잇값하고 살자’. 나이를 든다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 그 무게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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