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남훈 산업단지공단 이사장

최근 한국경제를 이끌어오던 제조업이 위기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더 나아가 성장엔진이 꺼져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지적들도 이어진다. 이러한 와중에 주요 선진국들은 공통적으로 제조업을 다시 일으키려는 노력에 온 힘을 모으고 있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프로젝트, 미국의 '리메이킹 아메리카(Remaking America)'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는 지금 제조업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고 각국은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임은 분명하다. 한국은 지난 50년간 산업단지를 축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1964년 서울 구로동에 한국수출산업공단(구로공단)을 필두로 조성하기 시작한 산업단지는 전국적으로 1000개가 넘는다. 전국 8만여 입주기업과 200만명의 근로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산업단지는 전국 제조업 총생산의 69%, 수출의 81%, 고용의 47%를 담당하고 있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의 제조업경쟁력지수를 보면 한국은 일본·독일·미국에 이어 4위다. 산업단지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제조업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제조업의 보금자리인 산업단지가 지난 반세기의 세월만큼이나 노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가 노후화 되다보니 젊은이들이 산업단지를 외면하고 있다. 기업들은 일손이 부족해 애를 태우고 있는 반면, 학생들은 취업난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반월·구미·창원 등 국내 주요 산업단지들은 1960~1980년대 조성됐다. 이들 단지들의 생산, 고용 등 외형적 지표상으로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내면에는 좁은 도로와 주차공간, 녹지 공간과 근로자를 위한 편의시설 부족 등으로 인해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은 '산업단지 출범 50주년 행사'에서 "산업단지를 산업화의 주역에서 창조경제의 거점으로 재창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산업 경쟁력의 기반이자 일자리 창출의 원천인 산업단지를 새롭게 재생시켜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되찾기 위함이다. 최근 정부는 노후 산업단지의 재정비를 촉진하고 범정부적 지원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했다. 기존 생산기능이 집중된 노후 산업단지를 지식과 혁신이 창출되는 혁신지향형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모든 부처가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 것이다.
과거 대규모의 저렴한 산업용지를 공급하기 위해 도입한 산업단지 정책은 산업화의 신화를 이끌어 냈지만 현재 산업입지정책의 방향은 노후된 산업단지를 재생해 첨단기술과 지식이 융·복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정책으로 진화하고 있다. 산업단지에 연구개발 기능을 확충해 신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산·학·연 네트워크를 강화해 지식의 창출과 확산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설계해 나가야 한다. 산업단지 혁신을 통해 청년들이 찾는 산업단지, 활력이 넘치는 단지를 만들어야 한다. 노후된 공간을 새롭게 재생하여 사람과 기술, 문화가 어우러지는 곳으로 창조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 4만달러 시대를 앞당겨 한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기관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러한 노력은 정부의 의지만으로 되지는 않는다. 입주기업의 적극적인 참여와 노력이 필요하고 지역사회의 끊임없는 애정도 필요하다. 산업화의 위대한 유산인 산업단지가 다시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들이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산업단지는 '산업화의 주역'에서 창의와 혁신이 선순환되는 '창조경제의 거점'으로 거듭날 것이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견인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