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일 "새해 대박나세요" , "번창하세요" 라는 인사말을 하기가 민망했다. 직장인이라면 잘리지말고 버티기를, 취업준비생이라면 어디든 취업하기를, 자영업자라면 그저 임대료라도 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건강하라"는 말만 반복했다.
486세대 끄트머리인 나는 근래의 모습이 매우 낯설다. 10년 뒤면 이러이러한 성공을 하고, 몇평의 아파트로 옮기고, 우리나라도 더 잘살고 각종 환경이 선진적으로 변할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40여년을 살아왔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삶의 동력이었다.
지금은 희망을 접고, 꿈은 버리고 살아나가야 한다. '기대감소의 시대'만이 우리를 기다릴뿐이다. 내년은 올해보다 더 어렵고, 자식은 나만큼 살기 힘들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래 자녀들 삶의 질에 대해 현재 자신과 비교할 때 어떠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좋아질 것이다'는 답변이 33%였고, '나빠질 것이다'는 답변은 27.2%로 나타났다. 장기침체에 빠진 일본의 경우 지난 2012년 조사에서 자식세대가 자신들보다 잘살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들은 8%에 그쳐 선진국들중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 내리막길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나. 내일을 꿈꾸기 힘든 사회라면, 활력을 기대할 수가 없다. 건설적 제안도, 비판 의견도 내지 않는다. 사회 곳곳에 침묵이 지배한다.
지난 시절 사회변혁을 주도해왔던 486, 또는 586세대들이 이런 현실에서 청년들에게 끊임없는 충고를 하는 것은 자기위안일 뿐이다. 지난 2014년 재보궐선거에서 모후보는 80년대 전대협(전국대학생 대표자협의회)시절 모습을 선거 포스터 사진으로 내걸었다. 또 최근 야당내 한 인사는 20대시절 학생운동 경력유무로 정치인의 자질을 논하는 발언을 했다. 자신들의 전성기속 세계에 갇혀 한발짝도 내딛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유권자로서 기대를 접었다. 2016년 국민의 삶에 응답해야 할 정치인들이 1988년 자신의 모습으로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코미디다.
선제적인 정책을 펼쳐야 할 정부도 마찬가지다. 청년취업난과 고용절벽에 대한 대안으로 오로지 임금피크제등만 부르짖고 있다. 고용문제에 있어 하나의 답만 있는 것처럼 지난 1년여를 같은 얘기만 늘어놓는다. 지금의 경기침체를 개선하기 위해 내수와 수출을 쌍끌이로 견인하고 성장률 몇프로를 사수할 것이라는 장밋빛 레토릭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고위 공무원들은 이 모든 난국은 국회탓, 야당탓이라고 쉽게 말하지만 다른 방법을 써보긴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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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기전에 현실을 인정하고 거기서 출발하는 게 빠른 길이다. 소설가 김영하는 지난해 작가 지망생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작가로 먹고 살기 힘들다. 이젠 그 습작 기간을 견딜 사람들이 많지 않다. 기대 감소의 시대다. 길고 지루한 저성장 시대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 점점 더 나빠질 것이다. 좋아질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20대나 30대 많은 분들이 내가 생활했던 시대보다 더 엄혹한 시대를 겪게 될 것이다"
'기대감소의 시대'란 말을 유행시킨 미국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같은 이름의 책(The age of diminished expectations) 에서1990년대 당시 미국의 향후 시나리오 셋을 예로 들었다. 생산성 증가률이 다시 크게 높아져 직면한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는 해피엔딩, 지나친 성장주의가 경제위기를 부르고 국가부채과다로 인한 경착륙, 마지막으로 아무런 정책변화가 없는 현상유지가 지속될 가능성을 꼽았다. 그러나 이 현상유지는 선택이 아니고, 미국민들이 기대감소를 너무도 태연히 받아들인데 따르는 결과다. 크루그먼은 마지막을 이렇게 맺었다. "미국인들은 정부가 문제를 방치해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고 현실에 순응하는 기대감소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순응조차 불가능해지는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미래를 꿈꾸지않고 오늘을 견뎌내는 것마저 어려워지기전에 우리는 뭐라도 해야된다. 이전의 방식을 파괴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제안해야 한다. 나도 당장은 앞으로 있을 큰 선거판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제안을 내놓는 사람을 찾아보려 한다.